먼 훗날
- 김용기
먼 훗날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앵두 몇 번 따 먹었고
뒤틀린 나무를 닮은
사춘기 기억이 또렷
그 사이 몇 번 뜨고 내렸는지
비행기 날개는 세지 않았다
먼 훗날이 되었을 때
보이는 친구보다
뵈지 않는 얼굴은 더 많았다
그 해에도 애들은 앵두를 땄다
10점 맞은 성적표를 들고 태연한
손자가 귀여운 나이
그런 일상은 일부 슬펐다
먼 훗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엎드렸다가
글을 만들었다가
소퍼를 가로질러 누웠다가,
눈치 볼 것 없는 집에는
외로움이 들어찼고
마파람 세는 일을 그만뒀다
가늠 안 되는 장군은 젊었고
남의 대통령은 애송이가 많았다
짧은 30센티 자쯤 되거나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거나
그런 먼 훗날에 대하여
지나간 폐시미즘의 가을은
흰 머리카락 한 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