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사랑을 분석하다
노을
- 김용기
하늘 성애(性愛)의 놀라운
클래스다
긴 전희(前戱)는 아주 느렸으므로
무슨 짓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정오 넘어서자 사람들은
땀을 흘렸고
양산을 썼다
하늘의 짧은 절정에 감탄
노을이다
살기 바쁜 사람들이야
올려다볼 여유도 없는 시간이지만
연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열애에 동원된 사람들이다
엄마 뭐 해,
아이처럼 묻는 사람은 없었고
하늘도 클라이맥스 이후
몰락은 빨랐다
밤꽃 냄새 풍긴 것 아니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는 있었다
장막을 검게 쳤다
저 육중한 하늘
힘에 부친 것이다
양산 쓰는 이가 없는 요즘을 두고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
항우장사 아녀
노을이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