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펴질 때까지,
구부러진 못
- 김용기
스스로 펼 수 없어서
때를 기다리지만
될까,
구부러진 못
처음에는 올곶아
쓰임에 거침이 없었고
단박에 박혀
제 구실 한다는 소리를 들었었지
궁금하기는 했어도
세상이 이렇게 숨 막힐 줄은 몰랐어
나온 게 잘못이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으니 외롭네
녹이 슬었고
진득하지 못하여 등까지 굽은 지금
삶의 반성도
안간힘도 이제 지쳐가
펴진다면
못 뺀 자리 다시 갈 수는 없지만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고
어디든 가서 박힐 수 있으면 더 좋고
경칩이 저 앞 지나 갔는데
새벽에 내린 눈이 시려
발에 차이다 보니 아파서 오늘 새벽
유난히 간절해지더라고 제 모습
스스로 펼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그래서 납작 엎드렸어
웅얼웅얼, 펴주세요 했지
펴질 때까지 이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