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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법

- 그가 사는 법 ; 병원 일상(日常)

by 김용기

내가 사는 법


- 김용기



왼쪽 다리 어디 두고 왔느냐는

말 같잖은 농담에

빈 바지 한쪽이 헐렁거렸다

휠체어가 흥겹게 돌아갔고

"귀찮아서 두고 댕겨유"

대꾸에 가시는 빠져 있었다

병실에는 그의 왼쪽 다리가

늘 혼자 남아 있었


미안하여 못 죽겠다는 애증

복도에 졸음 털어내는

새벽 웅얼거림이 거셌다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고마워지기 시작했다는 아내

뇌출혈 남자가 일어섰다


줄담배로 스트레스를 풀고

꺼지지 않은 꽁초가

라이터를 또 당기는 이들을 위해

재떨이를 치워주었다

잔소리라니

저들은 지금 비싼 약을 먹는 중인데


뻔한 너스레가 좋고

좋아졌다는 말에 웃을 때

거울 없는 엘리베이터는 배려였다

흔드는 손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는

건너편 어른이다


반가움을 주고

용기를 주고

저들 거들다가

치유되었다면 나는 의사인가

불가촉천민으로 시작한 일 년

낯섦은 익숙한 일상이 됐다

어젯밤

떠나시는 천사 한 분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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