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유래

- 박새의 박애를 규탄한다

by 김용기

거울의 유래


- 김용기



제 새끼 놔두고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박새를 향하여

더군다나

갓 난 제 새끼를

발 뒤꿈치로 밀어내 죽여도

모른 체하는 박새를 향한

세상 어머니들 오래된 분노


미련하고

눈치도 없고

귀도 들리지 않을뿐더러

눈도 나쁜


거울은 이때

분노를 기화로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들여다 보고

저보다

열 배나 큰 뻐꾸기 새끼가

제 새끼 맞는지

이리보고 저리보고

알았으면 즉각

늦게라도 알았더라면

분(憤)하여, 물고 뜯고

제 새끼 죽인 원흉

가만 둘 일 아닌데

멀뚱멀뚱 둥지 겉도는

끝내 거울을 밀어낸

미련한 박새


오월이 오면

뻐꾸기 울음이 하늘을 날고

아카시아 향기를 가르며

뻐꾹뻐꾹,나는

야비하다 야비하다 할 때

박애정신 뛰어 난

소심한 박새

어디로 간 걸까

유월에도 그 울음

들리지 않았다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아들을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