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뚜라미가 점령하다
전세역전(戰勢逆轉)
- 김용기
귀뚜라미에게 점령 당한
가을 아침
그 많던 매미
일절 보이지 않았다
내성적(內省的)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텐데
부끄러움 많아
도전장 못 낼 줄 알았는데
밀어냈다
매미를 모두 몰아냈다
겨우 소심한 더듬이 하나로
귀뚤귀뚤
더듬거리다가 얼떨결에
저들 세상 이루었을 거라는 짐작
폄훼하지 마라
가을 아침을
저들이 점령하기까지
작은 소리
누가 귀 기울인 적 있었냐는
매미 자책 이미 늦었다
내려가는 가을 햇살이지만
결코 한 쪽만
편들지 않는다는 것을
가을 아침 걷다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