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많은 감사
잊고 있었다
- 김용기
두 다리로 걷고
똥 잘 싸고
시간 되면 스르르 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잊고 있었다
눈 뜨면 와 있는 이침
부릅뜬 눈으로 군인들이
밤새워 끌어올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흔한 자유
아무 때나 누렸으므로
남의 나라 전쟁이 커질 때까지
잊고 있었다
BTS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때
우쭐했는데
미국에 홀대받는
품격 없는 대통령을 보며
저들 뒤쪽 노력을
잊고 있었다
추석에 웃었지만
말 없는 며느리를 못 봤다
보름달 뒤
보름달만큼 큰 그늘이 있다는 것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
그냥 긴 빨간 날인 줄 알았는데
시인이 한글날을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