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용서하면
- 김용기
탐탁지 않은 얼굴일 때
발이 먼저 알아챘다
멈칫멈칫
우겼지만
잘못 만진 전기처럼 순식간에
얼굴에 얼굴이 바뀌었다
원수로 남을 텐가
돌아서고 말 텐가
속 쓰려도
보호색으로 바꾸는 동물처럼
껍데기만이라도 되돌려
바꾸면
저쪽도 눈치를 챌 테고
잉크 번지듯 차츰 푸르스름, 변하면
별도리 있겠냐는 거지
수치(羞恥)가 인조(仁祖)만큼 큰가
아니라면
얼굴 더 붓기 전에
가라앉은 목소리 높이라는 외침
내가 나를 용서하면,
두고 보면 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