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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엇을 저장했나요?

by dionysos

< 스크랩은 기억의 묘지인가, 보물창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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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흥미로운 기사, 유용한 팁, 감동적인 이야기들.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북마크를 하고, 메모를 남기며, 스크랩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장한 정보들을 다시 꺼내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디지털 환경은 ‘저장’의 문턱을 낮췄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웹페이지를 북마크하거나, 클라우드에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죠. 이처럼 저장이 쉬워지면서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이는 일종의 디지털 저장 강박(digital hoarding)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링크, 다시 보지 않는 스크랩 폴더, 폴더 안의 폴더 속 잠든 PDF들. 우리는 정말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저장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저장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걸까요?



< 묘지에서 보물창고로 – 저장을 ‘재활용’한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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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스크랩 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본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단순 저장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구조’로 전환시켜, 사람들의 정보 저장 습관을 바꾼 사례들입니다.



✅ 1. Pocket (구 Read It Later)


• Mozilla에서 2017년 인수

• 핵심: ‘나중에 읽기’ 기능을 넘어, 하이라이트, TTS(텍스트 음성 변환), 개인 맞춤 추천 기능 도입

• 성과: 월간 3천만 명 이상이 사용, ‘정보 재소비 경험’ 중심으로 리디자인됨



✅ 2. Notion – AI 리마인드와 요약 기능


• 2016년 설립, 2023년 AI 기능 본격 도입

• 실험 기능: AI가 이전에 저장된 페이지를 요약하거나, 일정 시점에 ‘다시 보기’ 제안

• 성과: 미국 내 협업툴 시장 상위권 점유, Slack과 연동하여 ‘두 번째 두뇌’ 역할



✅ 3. Mem.ai – AI 기반 기억 확장 플랫폼


• 실리콘밸리 기반, 2020년 알파 출시

• 핵심 기능: AI가 사용자의 과거 메모와 작업 흐름을 연결지어 자동 리마인드

• 성과: a16z 등으로부터 수천만 달러 투자 유치



✅ 4. Matter – ‘읽기 루틴’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 2021년 설립, 독립 뉴스레터+스크랩 플랫폼

• 특징: Twitter, 뉴스레터, 웹 기사를 한 곳에서 모아 ‘읽을 시간’을 정해줌

• 성과: UX디자이너, 개발자 중심 커뮤니티에서 폭발적 반응 → 유료 전환 실험




✅ 5. Refind – 읽을 가치가 있는 것만 저장


• 실제 서비스 여부: ✔ 존재 / 독일 스타트업, 디지털 미니멀리즘 확산 중심

• 핵심: 저장하기 전에 ‘진짜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 질문하고, AI 추천

• 성과: ‘정보 다이어트’ 흐름에 맞춰 디지털 웰빙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




< 저장만 하면 잊히는 시대, 다시 꺼내 쓰게 만드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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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


많은 서비스들이 단순한 저장 기능을 제공했지만, 위 스타트업들은 정보의 생애 주기(Life Cycle) 전체를 설계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저장만 하고 다시 안 보는 걸까요?

• 저장 자체가 ‘행위 완료’처럼 느껴짐

• 다시 볼 방법이나 계기가 없음

• 저장된 정보의 맥락이 사라짐

• 수집량이 너무 많아 ‘찾을 의욕’을 잃음



< 스크랩을 정말 보물로 만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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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보를 저장하는 이유는 단순 보관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꺼내 쓰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떠오르게 하는 설계

• 정리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볼 이유’ 만들기

• AI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맥락 복원



✓ 마치며


‘스크랩’은 의외로 인류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묘지가 되느냐, 보물창고가 되느냐는 재설계의 힘에 달려 있습니다.


기억의 용량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저장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다시 불러왔느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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