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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편리하지만, 리듬은 잃었다

by dionysos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더 빠른 방법’을 찾는다.>


자동 완성, 빠른 결제, 퀵 커머스, 10초 요약 뉴스... 기술은 점점 우리의 시간을 줄여주지만, 그만큼 우리 안의 리듬도 함께 잘려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느리다’는 말이 곧 ‘뒤처진다’는 뜻이 되었죠.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속도에 대한 불안으로 하루를 채웁니다. 뉴스를 읽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심지어 휴식을 취할 때조차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감각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그 결과,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삶의 리듬은 불협해졌습니다.


빠름의 기술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효율적이라는 말은 곧 ‘불필요한 것을 지웠다’는 뜻이라고도 해석됩니다.


그 불필요 속엔, 실은 우리가 ‘살아있다고 느끼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느려서 아름다웠던 풍경, 쓸데없이 길었던 대화, 쓸모없어 보이지만 마음이 머물던 그 시간들 말입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그 지워진 리듬을 되찾는 일이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듣고, 찻잎이 물속에서 서서히 펴지는 것을 바라보고, 손끝으로 잔의 온도를 느끼는 그 몇 분, 그건 생산성이 아닌 존재의 감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리듬을 되찾는 건 결국 세상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천천히 느끼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일 것 입니다. 기술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더 자주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리듬은 스스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건 우리가 ‘의도적으로’ 멈출 때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차를 우리는 일은 멈춤을 기술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손의 리듬으로, 향의 리듬으로, 온도의 리듬으로 세상의 박자를 다시 맞추는 기술입니다.


오늘의 차 : “속도를 멈추면, 리듬이 들린다.”



<추천 차 : 다르질링 퍼스트 플러시 (Darjeeling First Flush)>


인도 히말라야 기슭의 다르질링 차는 ‘봄 첫 수확(First Flush)’이 가장 향이 가볍고 섬세하다고 하네요. 이 차는 끓는 물이 아니라 85~90도 정도의 미묘한 온도에서 향을 피운다고 합니다. 너무 뜨거우면 향이 날아가고, 너무 차면 맛이 묻힌다고 합니다. 즉, 리듬을 맞춰야만 제맛이 난다고 봐야 하죠.


다르질링의 산미와 꽃향은 “빠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호흡을 지키는” 삶의 은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급하게 마시면 밍밍하지만,
천천히 마시면 복잡한 향이 겹겹이 쌓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의 메시지처럼 “속도를 멈출 때 비로소 들리는 리듬”을 상징하기에 완벽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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