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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pr 04. 2024

래거시에 익숙해진 스타트업은 장기적 재앙에 직면한다.

< 레거시(legacy)에 익숙해져 버린 스타트업들?...>


레거시(legacy)의 사전적 의미는 유산입니다.


기업에게 레거시(기술부채, 기술사채, 운영부채 등등의 모든 것을 포함)는 금융에서 빚을 져서 "탕감" 받는 느낌과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갈수록 탕감이 불가능해지고 디저털 전환의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최대의 재앙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거시 있어도 스타트업은 성공한다."라는 이야기는 업계에서도 공공연히 나오는 이야기이며 사실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레거시를 덕지덕지 붙여도 초기에는 "한계"에 직면하지 않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고, 성공가도에 올라 언젠가는 한계에 직면하지만 "이제는 한계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합리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레거시 > 성공 > 레거시 합리화"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곳이 스타트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그러면 레거시(legacy)는 문제없는 것 아닌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논리에 의거하면 스타트업에 레거시는 전혀~문제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에 "레거시가 존재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혁신과 속도"라는 미명화에 빠르게 바꾸는 것이 가능한 곳이 스타트업이고, 이를 기반으로 레거시라고 불리는 것을 최대로 쌓아 나가는 곳이 스타트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를 거치고 나면 안정기에 접어들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전환"에 직면해야만 합니다. 결국 이때부터는 제목에서 말씀드린 장기적 재앙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독이 든 폰(Poisoned Pawn)과 같다...>


레거시의 장기적 재앙의 쟁점은 체스에서 표현하는 "독이 든 폰(Poisoned Pawn)"으로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이 든 폰은 마치 갬빗처럼 방어하는 말이 없어 먹을 수는 있지만 이후 일련의 수들로 위치가 불편해지거나 템포나 기물을 잃는 등 손실이 생길 때 그 폰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쟁점들을 정리해 보면 장기적 재앙은 더 선명해집니다.


1. 비용과 복잡성 증가

- 레거시 시스템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복잡해지고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방법론이 등장함에 따라 레거시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2. 유연성 부족

- 레거시 시스템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변화에 적응하고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유연성을 제한하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3. 기술적인 제약

- 레거시 시스템은 종종 구식 기술이나 아키텍처를 사용하므로 현대적인 개발 방법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시장 경쟁력 저하

- 레거시 시스템을 사용하면 제품 및 서비스를 빠르게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의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경쟁사가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빠르게 출시하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레거시(legacy) 애초에 잡고 가야 하는가?...>


애초에 레거시 시스템을 피하고 현대적이고 유연한 기술 스택을 채택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베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늘 말씀드리듯이 모든 것은 초 단기적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살인적인 데드라인에 직면해야만 하고 그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레거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여정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인사적 구조도 한몫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완벽"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거시 제거 방법 중 가장 많이 지향하려고 하는 방법이 MSA입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MSA를 하니 이걸 따라가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장기적 재앙의 핵버튼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MSA 가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고, 유지보수성이 좋으며, 더 Agile 하다 등의 이유가 있을 순 있겠지만 "명확한 목적"에 기반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아키텍처는 기술만의 영역은 아닙니다. 조직 구조와 운영의 영역이 함께 포함이 된 영역으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서비스는 비즈니스 버티컬을 기준으로 나누어져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차라리 레거시(legacy)를 갈아엎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의 레거시를 따르는 것은 안정적이며 효율적입니다. 돈을 벌기에도 기존의 구조를 따르는 것이 훨씬 돈을 벌기 쉬운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및 스마트폰을 예시로 든다면 화면크기의 변화, 약간의 부품추가, 카메라 화소 변화 정도의 추가 기능 및 부품만 몇 개 더 끼어 넣어서 신제품을 내놓는 방식은 이 레거시의 대표적인 효율적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정말 단기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장기적 재앙에 대비해야만 합니다. 대기업은 장기적 재앙에도 그것을 바꾸지 않더라도 그것을 바꿔줄 만한 여러 가지 카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이야기가 많이 다릅니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며 자금력을 갖추었을 때는 "혁신"을 다시 갖추기 위해 갈아엎을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데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놓여 이미 때는 늦어 버립니다. 그렇기에 레거시의 개편 시기는 "론칭" 이후 1~2년 이내가 가장 적당하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더더욱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그리고 한 가지 더하자면... 그 결단에 다다르신다면...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필자도 스타트업에서 레거시를 뜯어볼 때 늘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 있습니다. "기존의 레거시 제거할 바에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이다."라는 결론입니다.


✓ 마치며


레거시 시스템은 대부분 비즈니스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레거시의 개편 및 갈아엎음이 당장의 보상은 줄어들더라도 장기적 재앙을 피하고 스타트업의 성장과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에 꼭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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