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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pr 11. 2024

응 그거 스타트업 아니야

< 멋짐과 의미부여만 커져버린 페이크 스타트업들?...>


미국의 스타트업은 가라지(garage, 창고)에서 태동했습니다. 애플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구와 잡동사니들 천국인 그곳에서 뭔가를 만들고 놀던 문화적인 이유와 주택마다 가라지가 있는 미국의 주택 구조에서 기인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차고는 자유롭게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이며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주변에 있는 도구들로 아이디어를 쉽게 시각화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차고에서 혁신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핀란드 수출의 5/1을 차지했었던 노키아의 몰락은 스타트업의 붐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핀란드 스타트업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 안에 있는 '스타트업 사우나'입니다. 2009년 창업 동아리 알토이에스(Aaltoes) 학생들이 총장에게 부탁해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스타트업 사우나를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의 몰락이 시발점이 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던 핀란드의 스타트업을 떠올리면 "창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출처: 작가 tawatchai07 출처 Freepik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은 어떨까요? 혁신과 기술의 아이콘으로서 세계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서는 상을 휩쓸고는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미국의 "차고" , 핀란드 "창고" 같은 키워드가 사라졌습니다. 오로지 이제는 "강남"을 제일 먼저 떠오르게 합니다.


차고나 창고에서 시작해야 스타트업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은 해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혁신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혁신" "기술" 이명아래 갉아먹는 키워드들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업계에 퍼지면서 페이크 스타트업 정신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크 스타트업들은 합법적인 스타트업으로 가장하지만 "혁신", "기술", "가치" 등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실질적인 BM 도 없고 근거 없는 고객 평가와 수치 등을 활용해 멋짐과 함께 투자를 통한 EXIT에만 쏠려 있습니다. 불리할 때만 스타트업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페이크 스타트업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스타트업 초기 붐 시대에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


♻️ 초창기 (필자가 말씀드리는 초창기는 한창 붐이 일어나며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를 총칭합니다. 2013년도 즈음되겠네요.) 스타트업 붐이 있었던 그 시절에는 "공식"이 없었기에 스타트업 1세대 분들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 안에서 붐을 일으켰었습니다.


놀이처럼 시작한 사람이 반, 생존을 위해서 시작한 사람들이 반이라고 친다면 어떤 시작을 했던 초기 스타트업은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필사적이었습니다. 라꾸라꾸를 구비해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앱을 론칭할 때 모두가 맥주 한 캔씩을 가져다 놓고 "자 올립니다!" 하고 빌드업 버튼을 누르며 맥주캔을 부딪히고, 앱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1달은 정말 데드라인에 쫓기면서 모두가 그 기능의 업데이트 하나만 바라보며 QA를 밤새 진행하며 업데이틀 진행했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들은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일구는 스타트업의 ‘낭만’ 같은 것이었습니다.


< 달콤한건 따라 하려고만 하고 필요할 때만 "스타트업" 임을 강조한다... >


앞서 말했던 미국의 차고 스타트업은 문화적 요소와 함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고라는 부분이 우리가 보기에는 사무실도 없이 어둡고 컴컴한 공간에서 엄청 어렵게 시작했던 부분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차고가 있는 집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집도 아니거니와 그런 집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등의 창업자들은 이미 흙수저로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템과 팀빌딩만 가능하다면 "공간"을 확보에서 자유로웠고, 24시간 불을 켜놔도 전기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놀고먹어도 부모의 지원아래 밥도 굶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출발점이 틀림에도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은 따라 하기에 급급해졌습니다. 비싼 임대료임에도 유명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는 강남에 사무실을 얻는 것부터 고민합니다. 있어 보이는 회사 이름, 멋들어진 직함과 멋들어진 영어이름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조직에 맞는 복지혜택은 다른 곳도 하니 우리도 하자라는 식으로 도입하여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 증대가 자동으로 되기를 기대합니다. 에자일스럽게 일하지 않음에도 에자일스럽게 일하라 주문하며, OKR이 효과성이 좋다고 하니 이것부터 도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스타트업 정신을 설파합니다.


"스타트업이니까..." 평소에는 강조하지도 않은 부분이 불리한 부분이 생기면 저 단어부터 튀어나옵니다. 프로세스가 없는 것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도, 더 많은 뛰어남이 있어야 하는 것도, 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것도 등등등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의 무적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 스타트업은 이미 넘어섰는데, 스타트업이니까를 시전 하지 말아 주세요... >


스타트업의 성장곡선 상에 반드시 안정기를 맞아 정체기를 맞이하며 스타트업이라고 불려지지 않을 만큼 성장한 기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시점까지 왔다면 이미 스타트업이 아니라 어엿한 "기업"으로서 탈피를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점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이때부터는 어엿한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하고 구성원이 많아진 만큼 프로세스가 갖춰져야만 합니다. 경영진은 좀 더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더 이상 저 무적단어를 꺼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데 집중해야 맞습니다.


"스타트업이니까"는 무모해 보이는 것도 시도해 보고, 수평적인 관계로 의사소통도 하고,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중요 직책을 맡아보게 되기도 하는 기회를 받아보기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쓰여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명, 핑계로서의 작용은 사기저하와 함께 스타트업임을 깎아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럼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성장하고 너무나 잘되고 있는데 굳이 돌아가실 건가요? 이미 잘하고 계신다면 그리고 팀원들 모두가 아니더라도 80% 이상이 제시하고 계신 비전과 가치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 그대로 달리시면 됩니다. 굳이 돌아가지도 그리고 과거에 영광에 젖어서도 안됩니다. 단,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최소 3년, 데스벨리에 빠지는 이 기간에서 벗어나기 전 까지는 말이죠. 아래 제시해 드리는 체크포인트들을 보시고 얼마나 스타트업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Check startup~


1. 대표님, 이사님 소리 듣기가 참 좋다.

2. 우리는 투자를 받았으니 어느 정도 탑 티어라고 느낀다.

3.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었으니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4. 다양한 복지 혜택을 만들었으니 직원의 생산성, 행복도가 오를 일 만 남았다.

5. 역량 중심으로 사람을 뽑았으니 더 이상 문제는 없다.

6. 대표 자신이 내뱉은 말과 비전에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wow 하면서 바로 동기화하고 있다.

7. 아직도 린 스타트업을 베이스로 반복강박을 실행하고 있다.

8. 실패는 내가 한 게 아니라 직원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9. 우리의 BM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아이템이다.

10. 조직이 커졌으니 생산성이 더 오를 것이다.

11. 회의가 많고 검토가 많아졌으니 우리의 비전은 확고해질 것이다.


(0개 - 진정한 유니콘, 1개 이상 - 응 스타트업 아니야, 5개 이상 - 폐업 권유)


✓ 마치며


사석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VC 담당자분들에게 특이한 케이스로 보이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있어 왜 투자를 하셨는지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 필자 : OO님 여기는 팀빌딩이 어마어마하거나 기술이나 비전도 엄청난 건 아닌데 왜 투자하신 거예요?

☑️ VC : 응? 회사에 갔는데 대표가 산발머리에다가 눈은 시커멓고 라꾸라꾸가 놓여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새벽에 요청을 하던 언제 요청해도 답변이나 내용이 만 하루를 넘기는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저 정도면은 시드정도는 밀어 넣어도 충분한 조건을 가지지 않았나 판단했어, 최소한 망하게 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해당 내용은 필자가 느꼈던 낭만이 훨씬 지난 2022년 도의 이야기입니다. 위에 내용이 스타트업이구나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은 정한 혁신의 가치에 맞게 속도감을 붙여 대기업이 파고들지 못하는 시장을 빠르게 실행해 보고 검증하는데 시선을 맞춰야 합니다.


"스타트업이니까" 단어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합리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을 폄하할 생각도 없습니다. 필자 역시도 스타트업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페이크 스타트업들이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노력을 망가뜨리고 있는 부분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글로나마 표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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