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언제 보여줘야 하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람율

출산일 두 달을 앞두고 백일해 예방접종(Tdap)을 맞았다. 아기를 양육하는 양육자들은 다 맞아야 하는걸로 알고 있었고, 아기를 보러오는 가족들은 미리 접종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유난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맞아서 나쁠 건 없고, 미래의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를 둘째한테도 안전한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낮았고, 신생아 만나는 사람이 꼭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아니었다. 하지만 2024년 백일해로 인한 사망 사건이 국내에 처음 발생했고, 지금은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해 주는 지역도 생겼다.


백일해(pertussis)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백일’이라는 이름처럼 기침이 100일 가까이 지속될 만큼 심한 기침 발작이 특징이다. 성인에게는 단순한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신생아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생후 2개월 이전에는 자체 예방접종(DTaP)을 맞을 수 없어, 주변 성인의 접종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되면 심한 기침으로 인해 호흡 곤란, 폐렴, 경련, 무호흡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생아의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임신 후기나 출산 직후에 부모와 가까운 가족이 Tdap(백일해·파상풍·디프테리아 혼합 백신)을 맞는 것이 아기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 수단으로 권장된다.


첫째는 22년 9월에 태어나 병원에서 추석을 보냈다. 눈도 잘 못 뜨는 아기가 추석 음식을 못 먹어서 아쉬워할 일은 없고, 나 역시 병원에서 특별식이 나와도 제왕절개의 고통으로 앉아서 밥 먹는 거 자체가 고역이었다. 남편은 햇반에 김과 참치면 충분한 사람이라 다들 그냥저냥 한 추석을 보냈다. 다른 때였으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와 친척들이 만나도 되나? 고민했을 텐데 말이다.


코로나 키트마저 귀했을 시기, 산후조리원에서도 외출했다 돌아오면 유료로 검사를 해야 했다. 병원만 한번 다녀오고 나가지 않았고, 조리원의 산모들과 직원 분들도 위생에 엄청 신경 썼다. 친척들 역시 아기를 보고 싶어 했지만 서로 조심해야 해서 오지 않으셨다.


어느덧 50일이 지나고 백일이 다가오면서 백일잔치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예전과 달리 간소하게 하는 추세라 백일상을 대여하고 친척 몇 분만 오셔서 집에서 간단히 먹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기였다면 마음 편히 축하하고, 축하를 받았을 텐데 아쉬움에 빨리 안정화되길 바랐다.


백일이 지난 추운 겨울, 아기와 외출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분유 먹이고 유모차 태워서 담요 두르고 방풍커버 씌우고 튤립 사운드북을 가지고 동네 카페에 갔다. 지금은 그 카페가 이전한 건지 접은 건지 없어졌지만, 그때 마신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육퇴 후 한잔의 기쁨을 누리기엔 아기가 더 자라야 했다.


설이 다가올 때쯤 아기 검진차 병원에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괜히 명절에 아기 데리고 가서 감기 옮아오지 말고 집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적어도 6개월 이후 아기 면역력이 어느 정도 강해진 시기에 만나되,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 하셨다. 어머님께 말씀드리니 그럼 그냥 이번에는 넘어가고 나중에 보자고 하셨다. 역시 백일해 주사도 흔쾌히 맞으신 깨이신 어머님.


가족들이 아기가 얼마나 자랐는지 뭐 하고 노는지 궁금해해서 카톡방에 아기 사진과 영상을 자주 보냈다. 매일 하다시피 해서 부담스럽거나 지겹지 않나 했는데, 어쩌다 바빠서 못 올리면 아기들 잘 있냐고 연락이 온다. 처음엔 일일이 올리는 게 번거롭긴 했다. 내 사진도 한 달에 한번 찍을까 말까 한데 매일 아기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게 방학 숙제 2탄 같은 일기 쓰는 거랄까?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아기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내 아기마저 그러면 어떡하지, 출산하고 나서도 그런 고민을 했다. 아기가 뱃속에서 나왔다고 모성애도 뿅! 나오는 건 아니었다. 분유 먹고 배가 붕그렇게 올라오거나, 졸린지 입 크게 하품하거나, 품 안에 조용히 자고 있는 아기 얼굴을 보면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처럼 애정이 넘치게 된다. 그러면서 휴대폰 사진첩에 아기 사진 한가득. 고르고 골라 귀여운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리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올라온다. 첫째가 4살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카톡 방은 울리고 있고, 가족들의 애정 어린 답변에 서로가 따뜻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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