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걸 먹여도 되나
첫째는 영유아 검사 하면 항상 키가 작은데 분유를 잘 먹어서, 빠르면 5일 만에 한 통을 비웠다. 빠르게 줄어가는 분유통을 보며 이유식을 빨리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했다.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WHO에서 4~6개월 사이에 아기가 머리를 지지할 수 있고, 스스로 앉을 수 있으면 시작해도 된다고도 한다. 모든 게 빠른 세상에 이유식 시작 시기까지 빨라진 걸까?
이유식은 최대한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다. 베이비페어에 구경을 하러 갔을 때도, 이유식 큐브랑 아기 실리콘 그릇, 물컵은 사 왔다. 시판 이유식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사고 싶지 않았다. 재작년 소고기 함량을 속여서 판 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됐는데, 국내에 이름 알려진 웬만한 업체들은 다 있었다.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유식 성분을 허위로 표기하거나 세균이 검출 됐다는 기사를 봤다. 어떻게 아기 이유식으로 장난을 칠 생각을 했는지 업체 로고만 봐도 짜증이 난다.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배송 이유식 24개 제품의 안전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제품은 9~15개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온라인 배송 이유식(소고기 함유)을 선정하였으며, 이유식 관련 기준·규격을 바탕으로 병원성 미생물, 유해물질, 영양성분, 표시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특히 11개 제품(전체의 45.8%)은 표시된 영양성분 함량과 실제 함량의 차이가 기준범위(「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탄수화물, 단백질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80% 이상, 지방과 나트륨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120% 미만이어야 함.)를 벗어났고, 그중 10개 제품은 영유아기 성장과 발육에 중요한 단백질 함량이 표시량의 40~7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개월이 조금 지나서야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기의 자율성과 소근육 발달을 위한 자기 주도 이유식이나 다양한 재료로 맛과 질감을 경험하게 하는 토핑 이유식 등 이유식도 트렌드가 있었다. 하지만 이유식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거나 질식의 위험성도 있어 딱 무슨 방법이 좋다고 말할 순 없다. 나는 이유식 초기에는 아기가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보려고 토핑으로 하다가, 어쩔 때는 그냥 혼자 집어 먹게 주먹밥처럼 만들어 주었다. 제일 편한 건 재료를 다 다져서 밥솥에 넣고 죽모드로 돌리는 거였다.
이유식 재료를 골고루 먹이려고 노력했지만 제일 신경 썼던 건 철분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 태내에서 축적한 철분이 생후 약 6개월경까지 사용되지만, 이후에는 고갈되어 철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빈혈에 걸린다 (WHO). 그뿐만 아니라 아기의 성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진다. 아기 철분제를 섭취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약은 흡수율이 낮아 음식으로부터 철분을 섭취하는 게 올바르다 생각한다.
철분이 풍부한 음식으로 소고기가 제일 좋은데, 분유 한통 아끼려다 나중에 식비가 더 나가는 겪이 되었다. 호주산으로 줬다가 아기들 밥 먹는 양이 줄은 거 같아서(진짜인지 기분 탓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한우 할인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냉동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구매한다. 4살도 안된 아기들이 나보다 더 잘 먹는다. 위장에 무슨 문제가 있나 불안한 정도다.
이유식을 하다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첫째는 계란이었고, 둘째는 딸기씨였다. 첫째는 계란 테스트 할 때는 아무 일 없이 괜찮았는데, 어느 날 많이 먹은 건지, 조금 덜 익은 건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지 피부가 부어오르면서 벌겋게 변했다. 둘째는 딸기 속만 파줬을 때는 괜찮았는데 다음날 씨 빼기 힘들어서 통째로 줬더니 두드러기 파티가 열렸다. 병원에선 당분간 알레르기 원인 재료를 먹이지 말고 한 달 후에 다시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다시 신경 써서 먹이고 항히스타민제와 연고를 바르니 금방 쏙 들어갔다. 알레르기가 심하게 오면 입술이나 눈 주변이 붓거나, 피부가 심하게 변하고 호흡이 가빠져서 바로 병원을 가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준다면 오전에 시도해서 혹시라도 모를 일에 대비해야 한다.
이유식은 아기에게 중요한 첫걸음이라 그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아기의 영양과 습성을 고려해서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편해야 무난한 이유식기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첫째는 이유식 달력도 만들고 조리법도 찾아보고 주말마다 열심히 이유식 공장을 돌렸었는데, 둘째는 미음으로 시작해서 먹는 게 익숙해질 때쯤, 단계를 다 스킵하고 바로 죽을 끓여줬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아기와 부모가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아기가 온 사방으로 밥알 날려도 너무 화내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