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언제 시작해야 하나?

지금 내 몸무게 감당이 안 되는데

by 람율

첫째를 출산하고 3개월의 육아 휴직 후 복직했다. 휴직을 더 길게 쓰고 싶었지만 계약직이라 고용의 불안감이 항상 마음에 얹혀 있었다. 다행히 남편이 육아 휴직을 쓸 수 있어서 아기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하며 육아에 적응하랴 회사에 다시 적응하랴, 운동할 시간은커녕 맘 편히 쉴 시간이 1도 없었다.


출산 후 자궁이 축소되면서 5~6kg 정도가 빠지고, 모유수유를 하면 칼로리 소모가 심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한다는데, 나는 아기몸무게만큼만 빠지고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빠져야 하는 살은 안 빠지고 머리카락만 빠졌다. 실제로 출산 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체중 증가, 기분 변화, 탈모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놈의 호르몬을 어찌할꼬.


한동안 임부복만 입다가 회사에 출근하려니 예전에 입었던 옷들이 잠기지 않아 입을 수 없었다. 임신했다고 사고, 출산했다고 또 사야 한다니 이게 뭐람. 그때만 한 사이즈가 작아진 옷들은 운동해서 빼고 입을 거니가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 1년 정도 지났을까? 늘어난 몸무게가 원래의 몸무게인 양 적응이 될 때쯤 둘째를 임신했다. 여기서 체중이 더 증가되면 나도 아기도 안 좋을 것 같아 의사 선생님께 상담해 보니 체중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과일을 많이 먹지 말라하셨다. 내가 과일 잘 먹는 건 어떻게 아시고.. 그래도 임신 내내 속이 계속 더부룩해서 적게 먹는 게 가능했다. 임신 중기에 가벼운 운동을 해볼까 했지만 이제 좀 컸다고 놀아달라는 첫째 케어하느라 시간도 없거니와, 손목이랑 어깨, 허리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운동 시도 2트도 실패로 끝나고, 한의원 가서 치료받는 낙으로 보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고, 출산 후에도 여전히 아기 몸무게만 빠진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다이어트약 먹을 거냐고 하시길래 운동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출산 후 운동을 빨리 시작하면 자궁과 복부 근육 회복을 방해하고, 호르몬에 의해 관절의 유연성이 증가하고 근육의 긴장도가 낮아져 부상이나 관절에 통증이 생겨서 조심하라고 하셨다. 자연분만은 6주 후부터, 제왕절개는 8주부터가 좋고 그동안은 가벼운 걷기와 스트레칭이 좋다고 하셨다. 수영을 추천하셨는데 추운 겨울 물에 들어갔다 나온다 생각하니 수족냉증 인간으로서 저절로 몸이 떨렸다.


출산 전에 헬스나 필라테스를 주로 했지만, 출산 후에는 무리하지 않는 운동부터 시작하고 싶어서 아기 백일이 지난 후 요가를 등록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다 보면 요가원이 잘 보여서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을 쌓았나 보다. 운동 시도 3 트는 성공이었다. 허리를 굽혀도 손이 발에 닿지 않는, 유연성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하다 보니 조금씩 늘어났고, 생각보다 근력이 엄청 필요해서 땀구멍이 열렸다. 틀어진 골반의 균형을 잡아주고, 팔에 힘도 생겼지만 무엇보다 요가를 하는 동안 잡생각이 없어 육아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단백, 건강한 지방 섭취로 식단 조절을 하라고 하지만 육아 중에 그게 되던가? 임신 중과 모유 수유 중에 먹지 못했던 초콜릿, 회, 매운 양념 치킨, 곱창을 먹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돌도 안된 아기를 키우면서 식탁에 앉아서 조용히 밥 먹는 게 이다지도 힘들 줄이야. 아기가 조용할 때 먹다 보니 다 식은 밥 먹기 일쑤에 헐레벌떡 먹기 바쁘다. 당 딸려서 단 거 먹고, 맵고 짠 게 자꾸 당겼다.


아기 친구 중에 길쭉길쭉 가는 친구가 있는데 친구 엄마 역시 가늘어서 궁금해서 물어봤다. 평소에 간식 뭐 드시냐고. 그런데 간식도 웬만하면 안 먹고 밥도 그냥 때가 돼서 먹는 거지 딱히 무슨 음식이 생각나는건 아니라고 했다. 역시나 보법이 다르다. 그냥 나는 앞으로도 엥겔 지수 추종자로 먹고 싶은 거 먹고 요가하는 건강한 과체중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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