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단히 삐졌다
성과상여금의 등급이 정해지고, 성과상여금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리고 말끔히 사라졌다. 성과상여금, 줄여서 성과급 등급을 통보받은 순간, 나는 뭔가 오타가 나지 않았을까 싶었고, 이게 실화인가 싶어 정신이 아득했다. 이내 과장님이 나를 찾아와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연거푸 사과하시길래, 그제야 이 등급이 올해 내 등급이구나 싶었다.
나는 B등급이었다. 등급은 S, A, B, C로 나눠져 있고, C는 휴직자 등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라 논외로 치면, 나는 이 과에서 '꼴찌'다. 공무원 성과급이야 다 연공서열 순이고 들어온 순이라지만, 나는 입사 첫 해에 이례적으로 S를 받고 그 이후로 A만 받았던 터라 B라는 등급을 내가 받을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얼마 전에 타부처에 있는 동기 언니가 본인은 입사 후 내리 B라고 하길래, "아 뭐 그럴 수 있지~"하고 넘겼는데, 그때 위로를 잘 못해준 벌이었을까. 아무튼 내가 이 과에서 꼴찌라는 게 너무 충격이었다. 내가 지금 이 부서에 제일 나중에 들어오기도 했고, 막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막내였을 때도 B등급은 받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근평의 경우 연공서열 순이지만, 성과급만큼은 과장님들이 진짜 고생한 사람들 순으로 준다고 들어서 그런지, '내가 이 부서에서 다른 부서원들보다 그렇게 일을 안 했나?' 싶기도 했다. 요새 약간 월루(월급루팡)의 기운이 있었기 했지만, 그래도 이 부서에 오자마자 큰 행사를 연달아 2개 치렀고, 맨땅에서 신규사업도 일궈냈는데. 마냥 억울하기만 하다.
기분은 기분일 뿐이라 쳐도, 무엇보다도, 그래도 300만 원은 성과급으로 받을 거라고 예상했던 내 미래소득에 빵꾸가 생겼다. 300만 원을 기준으로 여행이나, 나를 위한 선물 등등 잡다한 구매 계획을 세워뒀던 터였다(물론 나는 당분간은 부자가 되긴 글렀지만,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이다). 이런 낭패가 따로 없다. 장바구니에 담았던 물품들을 하나씩 삭제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는 '성과급'이라고 하면 너무 슬프다. 내가 이 부서에서 막내니깐 그렇겠지라고 나름 위안을 삼고 있지만, 솔직히 근로 의욕이 팍 꺾였다. 일주일 정도 여름휴가를 낼 예정이라 눈치가 보여 이제껏 연가 한번 안 쓰고 일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공무원은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라는 조언을 들었었는데, 맞는 말이다. 동기부여 되는 구석이 1도 없다. 씁쓸하다. 희망차게 '내년에는 S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끝맺음해야 할 것 같지만, 너무나도 내키지 않는다. 그냥 이제는 회사에서 애쓰지 않고 나를 챙기면서 살아야겠다. 흥이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