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잡겠다더니 폭싹 망했다"…기아의 야심작, 씁쓸

by 디스커버

한때 K8은 ‘그랜저를 넘어설 차’라는 찬사를 받았다.

8091_20310_5741.jpg 2026 K8. [사진=기아]

기아가 2021년 K7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숫자 ‘8’을 내세웠을 때 시장은 이를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합리적 고급 세단의 대명사였던 K7이 드디어 그랜저와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판매량 격차는 두 배 이상 벌어졌고 K8은 프리미엄 도전의 실패작으로 불린다.


이 차가 무너진 이유는 완성도 이전에 방향을 잃은 기획에 있었다.


K7은 실속 있는 세련됨으로 젊은 소비층의 지지를 얻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았고 한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으로 독자적 포지션을 구축했다.

8091_20311_5753.jpg K7. [사진=기아]

그러나 K8은 그 공식을 뒤엎었다.


더 크고 더 비싸게 만드는 것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단순한 가설이 적용됐다.


전장 5,050mm 휠베이스 2,895mm 12.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 수치는 향상됐지만 실제 체감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운전자가 매일 손으로 느끼는 소재 감각과 조작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디자인은 더 큰 문제였다.


플래그십으로서 존재감은 있었지만 개성은 약했다.


“앞은 현대 옆은 BMW 뒤는 아우디 같다”는 혹평은 독창성의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8091_20312_5812.jpg 2024 K8. [사진=기아]

하이브리드 모델도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비교해 성능이나 연비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유사한 가격대에서 소비자가 K8을 선택할 이유가 약했다.


핵심은 차 자체보다 브랜드의 자의식이었다.


기아가 그랜저 위로 올라서려는 욕망은 오히려 기아다움을 희석시켰다.


플래그십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브랜드가 누구인지 묻히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이제 기아는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8091_20313_5821.jpg 2026 K8. [사진=기아]

최근 새롭게 출시한 페이스리프트는 세로형 램프와 단정한 비율로 기존의 어색함을 줄였다.


쏘렌토와 카니발에서 검증된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기아의 정체성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방향이다. 프리미엄은 숫자나 가격에서 나오지 않는다.


브랜드 철학과 사용자 경험이 맞물릴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K8의 과제는 단순한 판매 반등이 아니다.


K7이 성공시킨 ‘합리적 프리미엄’의 본질을 되찾는다면 시장의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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