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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원하니까"…BMW, 이 그릴 고집한 이유

by 더타이틀
366_1524_753.jpg 신형 iX3. [사진=BMW]

BMW의 과감한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수년간 글로벌 소비자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온라인에서는 "괴물 같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었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BMW 디자인 총괄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현지시간 지난 5일 iX3 출시 현장에서 그는 "부정적인 댓글은 많았지만 실제 판매에서는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실적은 성장했다"고 단언했다.

366_1525_80.jpg 신형 iX3. [사진=BMW]

결국 BMW가 의식하는 것은 여론이 아니라 판매 데이터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BMW의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 시장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지난해 82만6000대가 팔리며 BMW 전체 판매의 32%를 차지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더 중요한 단일 시장이 된 셈이다.


반 후이동크는 "중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큰 그릴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거대한 전면부 디자인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그 결과 전 세계 소비자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사실상 무시돼 왔다.

366_1526_86.jpg 신형 iX3. [사진=BMW]

문제는 BMW 디자인이 글로벌 고객 취향보다 특정 시장의 요구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 소비자들의 불만을 묵살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판매 수치를 보면 2022년 중국 판매는 79만대를 넘었고, 비록 2024년에는 13% 줄어든 71만대 수준이었지만 여전히 단일 최대 시장을 유지했다. BMW 입장에서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366_1527_814.jpg 신형 iX3. [사진=BMW]

하지만 유럽과 북미 고객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고급 브랜드의 미학적 정체성이 특정 국가 수요에 종속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BMW의 설명도 논란을 키운다. 반 후이동크는 "대형 그릴은 단순히 미적 장식이 아니다.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와 장비를 수용하기 위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술 패키징을 이유로 과도하게 큰 디자인을 합리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366_1528_821.jpg 신형 iX3. [사진=BMW]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는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2026년 출시될 iX3는 기존 모델보다 절제된 크기의 그릴을 적용했다. 이는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가 지향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측은 "모델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그릴을 병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원하는 대형 그릴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결국 BMW의 디자인 철학은 글로벌 소비자의 공감대보다는 중국 시장의 수요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와 브랜드 정체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지가 향후 BMW 디자인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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