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감악산은 말수가 적다. 잎을 떨군 숲 사이로 바람만이 능선을 훑고 지나간다. 그 정적 한가운데, 설마리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허공에 걸려 있다.
감악산은 경기 오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산이다. 해발 675m 능선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길이 150m로 설마천 계곡 위를 단숨에 잇는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산과 하늘 사이에 매달린 선 하나처럼 보인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2016년 9월 20일 문을 열었다. 개장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출렁다리로 소개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14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넘기며 산악 관광의 흐름을 바꿨다.
다리는 길이 150m 높이 45m 폭 1.5m 규모다. 국내 최초 무주탑 방식 산악 현수교로 설마천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조가 특징이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만든다.
겨울은 이곳의 또 다른 얼굴이다. 나뭇잎이 사라진 숲 사이로 시야가 열리며 능선과 계곡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다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운계폭포는 얼어붙은 빙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출렁다리에서 도보 5분 남짓 걸으면 운계폭포에 닿는다. 높이 약 20m에 가까운 낙차를 가진 폭포는 여름에는 물소리로 겨울에는 고드름과 얼음벽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산길을 따라 1.5km 정도 더 오르면 범륜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동양 최초로 알려진 백옥석 관음상이 자리한다.
관음상은 불신 7m에 좌대 4m를 더한 규모다. 중국 하북성 아미산에서 제작돼 옮겨진 불상으로 산중 사찰의 풍경에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감악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임진강 일대와 함께 북한 개성 송악산까지 조망된다. 산 위에서 마주하는 분단의 풍경은 감상을 넘어 생각을 남긴다.
출렁다리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운영된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매주 토요일 일몰 이후 2시간 동안 야간 경관조명이 켜져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장료는 없다. 주차비는 소형차와 중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며 최초 20분은 무료다.
다만 우천이나 강풍 등 기상 여건에 따라 통제될 수 있다. 방문 전 감악산관리사무소를 통해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출렁다리 왕복과 주변 산책을 포함한 일정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다. 겨울철에는 노면이 얼어 있을 수 있어 등산화 착용이 필수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전국 산악 출렁다리 열풍의 시작점으로 불린다. 휴전선 인접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겨울 산의 고요 속에서 허공을 걷는 경험을 찾고 있다면 감악산 출렁다리는 계절의 매력을 가장 또렷하게 전하는 장소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