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만 몰래 가는 1.8km 설경 호수길

by 디스커버
495_1779_4055.jpg 의림지. [사진=제천시]

충북 제천 의림지가 겨울을 맞아 한층 느린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눈이 내려앉은 호수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지며, 걷는 속도까지 자연스럽게 낮추는 산책길로 자리하고 있다.


1월 제천에는 눈 소식이 잦아지며 의림지 일대가 하얀 옷을 입었다. 둘레 1.8km로 이어진 호반길을 따라 걸으면 수백 년을 버텨온 소나무 군락과 잔잔한 수면이 나란히 펼쳐진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소리마저 눌러 담은 듯한 겨울의 정적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495_1780_4115.jpg 의림지. [사진=제천시 공식 블로그 강문구]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 시설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 시기 악성 우륵이 이곳을 관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 순조 7년인 1807년에는 박의림 현감이 제방을 보강했다. 이때 지금의 형태가 완성됐고, 명칭도 임지에서 의림지로 바뀌었다.


현재까지도 의림지는 농경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만수면적은 약 15만㎡, 수심은 8m에서 13m 수준이다.


제방을 따라 조성된 제림은 의림지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방풍림 역할을 하던 소나무 숲은 이제 사계절 경관을 책임지는 존재가 됐다.

495_1781_4135.jpg 의림지. [사진=제천시 공식 블로그 강문구]

겨울에는 이 소나무 숲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눈이 쌓인 가지 사이로 호수가 보이고, 흰 여백이 풍경의 중심이 된다.


호반을 따라 자리한 영호정과 경호루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조선 시대 정자 건축물이 겨울 풍경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의림지 둘레길은 전체 구간이 평탄하게 조성돼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이유다.


사계절 개방돼 있고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어 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특히 한적함이 장점으로 다가온다.

495_1782_4147.jpg 의림지. [사진=제천시 공식 블로그 강문구]

산책로 곳곳에서는 옹기 수구와 수문 구조도 확인할 수 있다. 삼한시대 수리 기술의 흔적이 지금도 일상 속에 남아 있다.


인근에는 높이 약 30m 규모의 용추폭포가 위치해 있다. 의림지 산책과 함께 둘러보기 좋지만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의림지는 충북 제천시 모산동 241에 자리하고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이며 시간 제한 없이 출입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이용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도착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제천역이나 제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겨울철에는 방한복과 미끄럼 방지 신발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눈이 내린 뒤에는 산책로 일부가 미끄러울 수 있다.


눈 덮인 의림지는 말을 아낀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차분한 풍경이 이어지고, 걷는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라고 권하는 듯하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비켜서고 싶을 때,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풍경을 찾고 있다면 의림지는 늘 같은 자리에서 겨울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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