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와 아버지

by 박대우

창밖에 때아닌 소나기가 내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이었다. 아버지의 폐렴이 중환자실에서도 완쾌가 되지 않아, 고민 끝에, 목에 구멍을 뚫는 기관절개를 했었다. 그때는 존엄사법이 제정되기 전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머니와 내가 병실에 들르던 어느 날, 마침 정신이 들으셨던 아버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리가 들려주는 동안, 웬일인지 아버지의 목에 끼워져 있던 관이 목에서 툭 떨어졌다. 숨구멍 역할을 하던 관이 떨어지자, 아버지가 재빨리 주워서 자기 목에 다시 갖다 꼽고 숨을 쉬셨다.

어머니와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그 관을 빨리 집어서 자신의 목에 끼우는 모습이 좀 어설퍼 보였었는지, 잠깐 웃음이 나왔나 보다. 아버지는 처음엔 인상을 쓰고 화를 내시더니 자신도 멋쩍게 따라 웃으셨다.


왜 창밖에 비를 바라보는데 이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쏴아아! 하고 빗소리가 들린다. 내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이는 것 같다. 창밖의 뿌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이 소나기가 언제쯤 그칠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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