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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른 이름은 '친절'

영화 <원더>를 보고

by 다윈이야기

긴 장마로 지칠 때 다시 꺼내 보기.

훌륭한 각색가로서의 행보를 이어온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원더(wonder)>는 그 제목처럼 놀라운 작품이다. 가족 드라마의 전통적인 문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상쾌함으로 충만하다. 기본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빠른 호흡 덕분이지만, 기가 막힌 캐스팅도 신의 한 수였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 적재적소에서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어, 식상함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캐릭터 간의 조화로운 관계설정도 한 몫한다. 매일 먹는 백반이라도, 맛있고 균형 잡힌 식단이라면 물릴 틈이 있겠는가.

얼굴 기형을 가진 소년이라는 어려운 역할로 주인공 어기를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과하지 않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줄리아 로버츠'와 '오웬 윌슨'은 좋은 부모의 롤모델이 되어 주인공의 주위를 공전한다. 어기의 누나 비아를 연기한 '이자벨라 비도빅'은 어딘가 궁상맞은 마스크에 손예진스러운 동양미까지 느껴지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특히 주인공의 베스트 프렌드로 나온 잭 윌역의 '노아 주프'는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큼 스크린을 꽉 채우는 섬세한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분량만 놓고 보면 잭 윌의 얼굴로 끌어가는 어기의 이야기랄까... 물론 그의 잘생김이 주원인이지만 단순히 미래의 미남스타 운운하기에는 연기 내공이 팍팍 느껴진다. 특히 큰 눈과 표정이 스릴러에도 참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곧이어 '존 크래신스키'의 화제작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아들 역할로 출연한걸 보니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




<원더>는 대놓고 선한 의지와 친절함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외치는 교훈 충만 힐링 무비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어디 가서 이런 소리하면 진지충, 갑분싸 소리 듣기 좋으니, 영화를 통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학교 졸업반에서 틀어준다면 딱 좋은 이야기!


물론 현실 세계는 영화와 다르다. 어기의 전쟁 같을 사춘기와 고등학교 시절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연애 취업 결혼 등 그가 앞으로의 삶에서 만날 다양한 문제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하다.


친절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딱 그만큼, 나쁜 사람도 어디에나 있다. 인생의 모든 부분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투쉬맨 교장의 깨달음이 글을 적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현실 속 모든 어기의 삶을 응원하며.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or being kind, Choose kind.
올바름과 친절함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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