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시작하기 위해 끝내야 할 것들
너와 헤어지고, 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미 회사는 벌써 그만뒀던 터라,
내 결정을 더 질질 끌지 않아도 되었다.
여러모로 후련했고, 좋았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한번 말끔하게 정리된 것 같았다.
내 사회생활도, 가족도, 그리고 너까지.
나를 둘러싸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것들, 질질 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나날들이_
어느새 다 사라져 있었다.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니 편했다.
한 편으로는 너와 함께한 내 이십 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더 큰 힘으로 가려고 잠시 쉬며 다음 장을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놓고 보내고 이별하면서,
마음의 공간을 넓혔다.
산뜻했다,
온전히 '나'만 남기고
모든 걸 다 치워 버리고 나니
홀홀 가볍고 널찍해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출국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알아보며 바쁜 나날들이 갔고,
오래도록 보지 못할 친구들, 선후배들, 회사 사람들...
끊기면 불안할 것처럼 매일 약속을 잡고 취해버렸다.
그렇게도 잘 못하고 미뤘던 방 청소를 끝냈다.
하나둘씩 끄집어진 추억들과 재회하고 반가워하다_ 다시 차근차근 이별했다.
퇴사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무엇이든 그저 계획 없이 걱정 없이 저질러왔지만,
그래도 낯선 곳에서의 첫 여정을 맞이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 정말 떠난다.
그 몇 개월 동안, 너를 계속 기다렸던 것 같다.
떠나 홀가분했지만,
너무 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