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서른의 시작
"퍼스? 거기가 어디지? 거긴 왜?"
"... 히스 레저 때문에."
당시 워낙 사람들이 잘 몰랐던 곳이기도 했고, 친구들은 굳이 그런 곳을 가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뭐, 딱히 그럴듯하게 둘러댈 다른 말도 없었다, 그렇지만 하필 생각난 핑계가 '히스 레저 고향이라서' 라니...
사실 히스 레저보다는 브래드 피트를 좋아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은 단연 독보적이고, '연기' 하면 히스 레저가 아무래도_라는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러게,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는, 아는 것 하나 없는 그곳에_
난 왜 홀홀히 떨어져 보기로 한 걸까.
그동안 너무 질리고 지쳐 버렸던 걸까.
여기저기 차이고 몇 번이나 나동그라지는 동안,
그렇게나 '다혈질', '투사', '고집쟁이 쌈닭'이었던 나는_
어느새 적당히 흐리멍덩한 눈으로, 무딘 귀로, 굳은 입술로 무장한 '사회적 동물'이 되어 있었다.
적당히 맞춰주고 꾹 참아 누르며 본능의 반대로 안전만 생각하면서_
아무리 건드려도 반응하지 않으려는 무색무취의 인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뭘까.
어떻게 해야 남은 이 시간들을 펄떡이고 두근대며 살 수 있을까.
태어나 한 번쯤은 다른 세상에 떨어져 본다면 어떨까.
다른 김에 제대로 달라서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곳,
내가 알고 있던 것들, 믿어왔던 모든 것들을 우습게 깨부수어 주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에 지쳐 멀리 떠날 거라면,
철저히 새로워서 그 모든 게 배움이 되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이가 그런 건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_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거라고 믿고 호언장담할 때,
붉은 해 온몸에 맞으며 백조 곁에서 유유히 강가를 거니는_
블랙 스완을 발견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라면, 낯설든 겁이 나든, 혼란스럽고 힘들든
어차피 내 머릿속처럼 돌아가지 않을 테니 마음 졸이고 집착 없이 그 안에서 자유로 울테고,
좋은 일은 덤인 듯 재미있을 것이다.
짜릿하게 번쩍! 하면서 열심히 움직여 보겠지 싶었다.
그렇게 홀연히 추락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내 생존능력을 한바탕 시험해보는 것도 좋겠지.
살아남든 잡아 먹히든,
한 번 제대로 솔직하고 뻔뻔하게 나답게 지내보자.
삼십 대의 시작,
내 삶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즈음_
나는 나만의 블랙스완과 대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