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도 병이다
오지랖도 병이다.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친구와 이야기하다 친구 동생이 아직 싱글인 걸 알았다.
그냥 넘기면 될 일을. 몇 년 전 내 동생과 소개팅을 했던 ‘한 다리 건너 지인’이 아직 혼자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또 한 다리를 건너 연락을 취했다.
그러고 나니 이불을 또 팡팡 찼다.
나 또 왜 이랬니?
며칠 전에는 아이 천문대 수업 인원이 모자라서 유치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엄마에게 연락했다. 당연히 거절당했다.
아주 오래 전에 반 모임에서 보고 끝이었던 사이인데, 나는 갑자기 연락을 했다.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을까?
시누이가 이혼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그냥 두면 될 것을,
굳이 몇 다리 건너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소송도 없이 합의로 끝날 일인데.
학원을 매각할 때도 오지랖은 발동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인수 원장님에게 교육비를 내라고 하기에 “받지 말아달라”고 내가 대신 부탁했다.
새로 시작하는 원장님의 부담이 얼마나 클지 아니까.
그랬더니 “그럼 원장님이 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 또한 ‘미친 오지랖’이었다.
학원을 넘기고 나서도,
주차가 어려운 학부모님들을 우리 아파트에 주차등록 해드리고 있다.
이게 은근히 귀찮다.
매주 토요일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걸 또 떠안았다.
이런 일 뒤에 감당할 욕은 모조리 나의 몫이다.
좋은 소리 한 번 듣지 못한다.
오지랖도 병이다.
정말 어디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나?
오지랖이 발동하는 순간에도 속으로는 안다.
나만 마음 쓰고, 나만 욕먹고, 나만 이불을 찬다는 걸.
그런데도 누가 곤란한 티를 내면
나는 또 먼저 움직이고 있다.
아, 정말이지 오지랖도 병인데…
이 병은 아마 평생 낫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이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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