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지 않았을 뿐 괜찮았던 건 아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화낸 적 없잖아.
그러니까 넌 괜찮은 줄 알았지.”
대학교 여름 방학, 친구와 함께 토익학원에 다녔다.
학원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함께 등원하기로 했는데 이 친구가 매번 늦었다.
처음엔 5분, 10분이더니 나중엔 20분까지도 늦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혼자 친구를 기다리는 건 꽤 괴로운 일이었다.
그때 나는 ‘거절 못해’ 병에 걸려 있었고,
자매품인 ‘싫은 소리 못해 병’까지 함께 앓고 있었으니-거의 한 달을 참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뻥! 하고 화를 냈고, 친구는 깜짝 놀랐다.
놀란 얼굴로 친구가 한 말.
“너 지금까지 한 번도 화 낸 적 없잖아.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지.”
그 말은 내 생각과 태도, 그리고 이후의 인간관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넌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어.”
이보다 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그때 나는 몰랐던 거다.
화를 내도 된다는 것.
거절해도 괜찮다는 것.
다만, 말은 ‘어떻게’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요즘은 아이들에게도 감정 표현법을 가르치지만, 그 시절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만 들었고
아이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지나쳐버리곤 했으니까.
그런 불편함이 쌓이고 쌓여,
지금 내가 스피치 강사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한두 번 늦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네가 자꾸 늦으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
다음부터는 조금만 서둘러줬으면 좋겠어.”
표현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마음 안에 폭탄처럼 묵혀진다.
그리고 어느 날 터지고 나면,
그때의 나처럼 관계는 끊어질지도 모른다.
참고,또 참다 보면
어느새 나는 누군가에게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결국엔,
나 스스로도 나를 하찮게 여기게 된다.
그러니 먼저,
내 감정을 들여다 보자.
내가 지금 화가 난 건지,
우울한 건지,
아니면 억울한 건지.
그리고 그 감정을 말로 꺼내 보자.
“그런 행동을 하면, 내가 너무 화가나.
앞으로는 조심해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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