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수학과외, 그리고 놓친 그랩
26.01.20
입말 6일차.
매일 만 보 이상 걷는데, 이곳에 와서 아직 한번도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 한번은 받아 하지 않을까 싶어 검색을 했고 평점이 높은 곳을 골라 찾아갔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썬웨이 빅박스 안에 있는 ‘아바시 웰니스’. 핑크색 인테리어의 예쁘고 깔끔한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으니 잠시 공주가 된 기분이었다.
딸은 마사지를 받자마자 깊이 잠들어 자세를 바꾸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본 마사지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60분의 호사를 누린 뒤 생강차까지 마시며 딸과 나는 대만족. 엄마는 별로라고 하셨다. 관리사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마사지숍을 나오자 파디니 콘셉트 스토어가 보였다. 말레이시아 로컬브랜드 편집숍으로, 저렴하고 귀여운 옷들이 많아 아이가 좋아하는 곳이다. 쇼핑몰이 많은 조호바루에서는 늘 무언가를 사달라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쇼핑을 와서 왜 물건을 안 사냐’는 딸과 ‘한 달 동안 살아야 하니 돈을 규모 있게 써야 한다’는 엄마 사이에서 늘 정신이 없다. 삼대가 함께하는 여행이라 여행 중에 친정엄마와 갈등을 걱정했는데, 엄마와는 별 문제가 없고 매일 아이와 입씨름이다. “네가 어른이 되면 마음껏 쓰고 살아라!”
한 층 위로 올라가니 mr.diy가 있었다. 품질은 차치하고, 저렴하게 생필품을 살 수 있어, 보이면 무조건 들르게 되는 곳이다. 젓가락과 일회용 그릇을 사고 나오자 비가 쏟아졌다. 조호바루에서는 비를 자주 만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KFC에 들어갔다.
버킷세트를 할인 중이라 주문했는데 치킨 여섯 조각과 매쉬드 포테이토, 콜라 두 잔이 포함된 구성이었다. 여기에 후렌치프라이와 오렌지 아이스티를 추가했다. 아이도 엄마도 소식하는 편이라 음식은 당연히 거의 남았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나왔지만,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다행히 그랩이 금세 잡혔다.
그런데, 픽업포인트가 엇갈렸던 모양이다. 우리가 타야 할 차가 멀리 보여 냅다 달려갔지만, 기사는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출발해버려다. 곧이어 그랩 앱에 ‘기사가 운행을 취소했습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호출을 시도했지만 세 명의 기사가 연달이 취소했다. 그들끼리 무슨 이야기가 오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10분 정도 시도한 끝에 겨우 그랩을 잡아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대충 정리를 하고 나니 수학 튜터가 올 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둔 1:1 수학 수업의 첫날이다. 젊은 한국인 선생님이었는데 인상이 무척 친절해 보였다. 숙제가 적지 않았지만 아이는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신다며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은 거기까지 가서 꼭 수학 과외를 해야겠냐며 말렸지만, 한 달 동안 아이가 학습을 놓칠까 싶어 신청한 수업이었다. 내 고집으로 결정한 일이라 마음 한편이 불안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안심이 되었다.
내일이면 조호바루에 온지 꼭 일주일 째다. 내일은 멀리 나가지 않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