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23)

반딧불 투어

by 담유작가

26.01.23

입말 9일차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두었던 반딧불 투어 날이다. 대부분의 투어는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는 편이 훨씬 저렴한데, 이 투어만큼은 현지에서 예약하는 쪽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문의해보니 플랫폼 수수료 때문에 취소 후 재결제는 불가능하단다. 여행에서는 ‘미리’보다 ‘비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하원한 뒤, 근처 카페에서 두바이 쫀득쿠키를 사주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먹고 싶다고 졸랐는데, 너무 비싸기도 하고 구하기도 어려워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간식이다. 이곳에서도 가격은 비슷했다. 다만 장점이라면 크기가 조금 더 크고, 줄을 서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 정도. 두바이에도 없다는 ‘두쫀쿠’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한글로 큼지막하게 적힌 ‘두바이 쫀득쿠키’.라는 글씨를 보며, 이 역시 한국인을 겨냥한 풍경이겠거니 했다.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2.jpg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1.jpg

픽업 차량은 오후 4시에 도착했다. 한 시간 반쯤 달려 반딧불이 공원에 도착했고, 먼저 미니 동물원에서 먹이주기 체험을 했다. 나는 원숭이가 무서워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아이는 먹이를 한 움큼 씩 쥐고 원숭이에게, 토끼에게, 닭에게까지 차례로 건네며 신이 났다. 풍등 체험을 하는 가족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대만에서 한 차례 경험해본 터라 이번에는 신청하지 않았다.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4.jpg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3.jpg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5.jpg

한참을 놀고 나니, 식사 준비가 되었다며 불렀다. 아이가 해산물을 싫어해, 그 유명하다는 칠리크랩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드디어 맛보게 되었다. 칠리크랩과 볶음밥, 새우튀김, 탕수육, 빵과 채소 요리까지 모두 입에 잘 맞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가족은 딸 둘을 데리고 온 부부였는데, 유난히 친절했다. 식사를 마치고 콜라 한 캔 까지 사주셔서 민망하면서도 고마웠다. 그 집 아이들이 우리 아이와 같은 어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는, 등원길에 마주치면 과자라도 하나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7.jpg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6.jpg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8.jpg

저녁 7시 30분, 반딧불이 투어 보트에 탑승했다. 반딧불이는 불빛을 보면 죽는다기에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보트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수록 나무마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몇 마리는 보트 가까이까지 날아왔다.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풍경 앞에서 나는 그저 눈에 최대한 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딧불 사이로 야생 원숭이들의 움직임이 어렴풋이 보였고, 보트 안의 아이들은 어느새 ‘나는 반딧불’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다.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빛은 사진으로 남지 않았지만, 그 밤의 감정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았다.


KakaoTalk_20260125_150037820_09.jpg

#입말

#말레이시아한달살기

#반딧불투어

#사진없는기억

#아이와여행

작가의 이전글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