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24)

계획 없이 도착한 싱가포르

by 담유작가

26.01.24

입말 10일차


벌써 말레이시아에 온지 열흘째다. 한달 살기 여정의 1/3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싱가포르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유학원에서 편도 1만5천원에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버스에 타자 사람들은 각자의 계획을 이야기하느라 분주했다. 유니버셜에 간다, 센토사에 간다, 빼곡한 하루 일정을 나누는 목소리들이 들떠 있었다. 나는 버스 하차 지점이 마리나베이샌즈라 그곳만 둘러볼 생각이었고, 그래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런데 남의 일정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급히 클룩을 열어 ‘마리나베이샌즈’를 검색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쇼핑몰 안에서 타는 상판보트와 전망대 관람. 그 중 전망대 관람을 예약했다. 아이는 어린이 요금, 엄마는 시니어 요금이 적용돼 우리 셋이 12만원정도에 예약할 수 있었다. 당일 사용이 가능한 티켓이라 마음이 놓였다.


버스는 샌즈엑스포 앞에 정차했다. 엑스포 바로 옆 건물이 쇼핑몰이었다. 우리는 한껏 들뜬 얼굴로 명품관을 지나며 셀럽처럼 사진을 찍었다. 싱가포르 기념품으로 유명하다는 TWG에 들러 ‘젤리곰 차’를 사주자 아이의 입이 헤 벌어졌다. 젤리곰 모양의 차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그대로 녹아 차가 되고, 그냥 씹어먹으면 젤리처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망고와 오렌지 맛이 나는 제품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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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을 둘러보다 밖으로 나오니 멀리 머라이언이 보였다. 엽서에서만 보던 싱가포르의 상징을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싱가포르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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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다보니 땡볕에 아이 얼굴이 금세 벌개졌다. 다시 쇼핑몰로 들어가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완탕누들, 야키니쿠덮밥, 시푸드 미고랭. 세 나라의 음식이 한 상에 모였다. 모두 맛있었지만 미고랭은 꽤 짜서 물을 계속 마셔야 했다. 싱가포르 물가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챙겨온 것이 새삼 다행으로 느껴졌다. 음식값은 각 2만원대 정도로, 걱정했던 것만큼 큰 부담은 아니었다. 식사 후에 먹은 디저트와 커피도 우리나라보다 조금씩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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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찍고 쇼핑몰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전망대 예약 시간인 오후 5시가 되었다. 전망대는 56층에 있었다. 내려다보는 싱가포르 풍경은 절경이었는데, 어쩐지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일몰 시간을 검색하니 7시 10분. 기왕 올라온 김에 야경은 봐야 하기에 전망대에서 저녁까지 먹기로 했다. 마르게리따 피자 한 조각, 오렌지주스, 핫도그와 치킨 너겟. 아이는 ‘미국 핫도그’를 처음 먹어본다며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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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자 싱가포르의 야경이 한 눈에 펼쳐졌다. 그 순간, 우리 셋의 휴대폰 배터리가 모두 간당간당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매일 보조배터리를 챙기면서도 하필 싱가포르에 오는 날 놓고 온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나마 배터리가 가장 많이 남은 아이의 휴대폰으로 야경을 담았지만, 키즈폰이라 그런지 화면이 계속 흔들렸다. 그래도 안 찍을 수 없는 야경이었다. 아이 휴대폰까지 꺼지면 정말 큰일이다 싶어, 우리는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부지런히 전망대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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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밤 아홉 시에 출발한다. 그 전에 충전기 대여 서비스에서 잠시나마 충전을 하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버스와 연락이 끊기면 국제미아가 될 판이니 말이다.

버스에 오르자 사람들은 오늘의 바쁜 일정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가 마리나베이샌즈에서만 머물렀다고 하자, 하루 종일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았느냐고 묻는다. “그럼요. 여기 볼 게 얼마나 많은데요!”


마리나베이샌즈에서만 있었을 뿐인데, 숙소에 돌아와 씻자마자 우리 셋은 그대로 쓰러졌다. 내일은 아마 멀리 나가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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