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2.06)

당가베이, 칠리크랩, 그리고 석양

by 담유작가

26.02.06

입말 23일차


며칠 동안 푸테리하버 근처를 산책하고 마트만 오가며 지내다가, 오늘은 벼르던 칠리크랩을 먹기로 했다. 반딧불 투어 중에 한번 맛보긴 했지만, 남편에게도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고 싶어 마음먹은 외출이었다.

조호바루에서 칠리크랩으로 유명한 식당은 두 곳이 있다. ‘이지아 칠리크랩’은 부킷인다 쪽에, ‘그랜드 베이뷰’는 당가베이에 있다. 당가베이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석양 맛집이라는 소문도 들은 터라, 목적지는 자연스레 ‘그랜드 베이뷰’로 정해졌다.

출발하기 전, 유학원 단톡에 올라온 메시지를 보았다. 성인 여성 두 명과 아이 두 명이 칠리크랩을 먹었는데 - 우리가 가려던 곳은 아니었지만–한화로 18만원 정도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싱가포르의 유명 식당에서 이 정도 먹으면 백 만원은 나오겠지. 여기서나 한번 먹어보자.’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커다란 수조에 안에 크랩과 새우, 각종 조개와 생선들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한참을 서서 구경을 했다.




칠리크랩을 주문하려는데, 가격이 메뉴판에 적혀있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시가’였다. 성인 세 명에 아이 한 명이면 라지 사이즈를 추천한다며 194링깃이라고 했다. 여기에 여섯 개가 나오는 번(작은 빵을 튀긴 건데, 칠리 소스에 찍어먹으면 일품이다.)과 아이를 위한 오징어 튀김도 함께 주문했다.먹다 보니 칠리크랩만으로는 배를 채우기 부족해 밥도 세 그릇 추가했다. 칠리 소스에 밥을 비벼먹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이렇게 먹으니 꽤 배가 불렀는데, 한국 돈으로 1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단톡방에서 본 금액을 떠올리면 꽤 선방한 셈이었다.

가게 앞에는 커다란 게 모형이 있어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구글맵으로 스타벅스를 검색했다. 스타벅스쪽으로 걷는 사이 비가 쏟아졌다. 이 곳의 비는 소나기처럼 짧고 굵게 자주 내린다. 우리나라의 장마처럼 하루 종일 오는 비는 아니라, 비가 올 때만 잠깐 상가에 들어가 비를 피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우산도 거의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 구경을 했다. 당가베이 쪽은 아파트나 콘도 형태의 집들을 새로 분양하는 모양새였다. 거의 솔드아웃이 되었다고 크게 광고도 하고 있었고, 푸테리하버 지역보다 더 신도시 느낌이 강했다.

비가 잦아 들어 그 앞 ‘벨레타임몰’로 향했다. 몰 안에 있는 작은 이온몰에서 물 두 병을 사고, 아이의 운동화도 구경했다. 아이가 며칠 전부터 운동화를 사달라고 졸랐는데, 오늘도 사주지 못했다. 엄청난 환율 탓에 한국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몰 바깥에 팝업숍에서도 옷이며 신발들을 팔고 있었는데, 브랜드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이미테이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큰 몰에서 이미테이션을 판매해도 되나 싶어 의아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야장들이 차려졌다. 남편이 내일 일찍 귀국하지만 않으면, 이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고 싶었다. 여러 음식들이 즐비한 모습이 꼭 밤시간의 동대문 같았다.

드디어 맞이한 당가베이 석양! 오기 잘했다!

우리가 있는 푸테리하버에서도 석양은 늘 즐기고 있지만 이 곳의 석양은 차원이 달랐다. 유명한 화가도 이렇게 예쁜 색감은 흉내내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말레이시아에 있을 날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가 갔던 곳들을 잊을까 봐 걱정이 된다며 휴대폰에 하나씩 적어두신다.

나 역시 매일매일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브런치에 담는다.


#말레이시아한달살기

#조호바루

#당가베이

#칠리크랩

#여행에세이

작가의 이전글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