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에서 동물원까지, 조호바루의 하루
26.02.01
입말 18일차
미리 예약해둔 맹그로브 투어가 있는 날이다.
전에 반딧불 투어를 다녀왔는데, 그 일정에 ‘맹그로브 탐험’이 포함돼 있었다. ‘
갔던 데를 또 가는 건가…’하는 실망과 함께, ‘그래도 낮과 밤의 풍경은 다르겠지.’하는 위안이 함께 들었다.
왓츠앱으로 예약해 둔 픽업 차량을 타고 이동했는데, 반딧불 투어 때 갔던 곳에 비해 이동 시간이 훨씬 짧았다. 선착장의 분위기도 전혀 달랐다. 전에는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유람선을 타고 관람을 했는데, 오늘은 우리 가족끼리만 보트를 타는 체험이었다.
알고 보니, 맹그로브’는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구와 그 주변의 진흙바닥에서 자라는 해안성 식물을 뜻하는 것이었다. 맹그로브 나무가 이룬 숲을 배를 타고 다니는 투어를 통칭해 ‘맹그로브 투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무지가 낳은 작은 헤프닝이었다.
선착장에서 티켓을 구입하는데, 5세 이상은 모두 성인요금이란다. 카드도 받지 않아, 주머니를 탈탈 털어 현금을 냈다.
보트를 타고 본 풍경은 장관이었다. 맹그로브 나무는 뿌리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다. 물 속에서 자라는 나무라니, 그 자체로 신기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는데 나무 사이로 야생 원숭이들이 보였다. 하늘에는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내가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보겠는가. 영화 속에 들어온 듯 황홀했다.
배가 잠시 양식장에 멈췄다. 홍합이 잔뜩 붙어있는 양식장에서 선장님이 갑자기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공룡 시대에 살았을 듯싶은-사실은 공룡시대 이전부터 있었단다.-‘투구게’. ‘ 뾰족하고 긴 꼬리 같은 미추 부분을 잡았는데 워낙 딱딱해서인지 전혀 징그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연필을 쥐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름은 ‘게’지만 거미나 전갈에 더 가까운 동물이고,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단다.
다시 배를 타고, 육지에 내렸는데, 노래자랑 같은 행사가 한창이었다. 음식 노점들도 여럿 나와 있어, 감자튀김과 바나나튀김을 사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바나나튀김은 낯설고 신기했다.
픽업 기사에게 술탄아부바카르모스크에 내려달라고 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후회되는선택이 바로 픽업 기사를 부른 일이다. 함께 다니며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아니라 픽드랍만 해주는 역할이어서, 그냥 그랩을 타고 와도 충분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픽업 요금은 95링깃이었는데, 잔돈이 없어 100링깃을 건넸다. 픽업 기사는 5링깃을 팁이라고 생각했는지, 우리를 내려주고 바로 출발했다. 이 또한 무지해서 벌어진 헤프닝.
술탄아부바카르모스크는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오래된 이슬람 사원이다. 아름다운 영국풍 건물이, 이국에서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사원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는데, 남편이 화장실을 찾았다. 건물 안에 화장실이 있겠거니, 싶어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바로 제지를 당했단다. 무슬림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걸음을 옮겨 바로 옆에 있는 조호바루 동물원으로 향했다. 입장권이 가격이 너무 저렴해 놀랐는데-어른은 10링깃, 아이는 5링깃 -, 알고 보니 내국인 요금이었다. 외국인은 어른, 아이 상관 없이 각 30링깃. 그래도 관광지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한 금액이다. (오늘 환율 기준 1링깃=약 371.25원)
동물원은 아담했지만, 동물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아이가 참 좋아했다. 뱀이며 도마뱀은 직접 만질 수도 있었고, 새들도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난생 처음 보는 원숭이들도 많았다.
동물원을 나오니 배가 고팠다. 근처에 100년이 넘었다는 빵집, 히압주 베이커리가 있어 그랩을 타고 5분 정도 이동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빵집은 휴일이었다. 아쉬운 대로 그 앞에서 사진만 한 장 찍고 바로 앞 로컬 음식점으로 향했다. 나시르막과 락사 등을 주문했는데, 처음 먹어본 남편은 입에 맞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부르게 먹고는 디저트를 먹으러 이동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밀크 아이스크림에 아이의 표정이 사르르 녹았다.
차이나타운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더운 날씨에 아이가 지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춘절을 앞두고 있어, 문을 연 가게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아침부터 알차게 이곳 저곳 둘러본 하루였다. 알지 못해서 겪은 일들조차 지나고 나니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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