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31)

민속촌에서 미드밸리몰까지, 아이의 생일 맞이

by 담유작가

26.01.31

입말 17일차


새벽에 남편이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빠 얼굴을 본 딸은 종일 아빠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미리 예약해둔 민속촌으로 향했다. 혹시나 늦을까 서두른 탓에 오늘 예약 인원 중 가장 먼저 도착했다. 같은 시간에 체험할 인원들이 다 모이자 투어가 시작되었다.

전통 염색인 바틱체험을 하며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딸은 신이 나 색을 칠하다가 어제 산 나이키 티셔츠에 염료를 묻혔다. ‘이런 날 새 옷을 입힌 사람이 잘못이지’ 아이를 탓할 수는 없었다.

엄마와 나, 남편은 꽃 그림을 고르고 아이는 예쁜 새 그림을 골랐다.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칠하며 물을 섞어 그라데이션을 했다. 바틱 체험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통음료인 ‘테 타릭’과 밀가루 반죽을 얇게 늘여 구워내는 ‘로띠 차나이’만들기 체험도 진행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국민 밀크티인 ‘테 타릭’은 달고 고소해서 입에 잘 맞았다. 로띠 차나이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쫀득해 식감이 좋았는데, 커리에 콕 찍어 먹으니 매콤하고 맛이 있었다.

전통공연을 보고 중국, 인도, 말레이의 전통 결혼식 복장도 구경했다. 중국의 결혼식 의상은 빨간색 계열로, 복과 행운, 번영을 상징한다고 했다. 세 나라 중, 인도의 결혼식 의상이 제일 화려했다. 말레이의 전통 결혼식 의상은 이슬람 문화권답게 노출이 거의 없고 자수와 금장식이 인상적이었다. 결혼식 의상에도 그 나라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석잔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액체가 불과 10초 만에 잔 모양으로 굳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체험을 마친 후에는 그랩을 타고 미드밸리몰로 이동했다. 미드밸리몰은 그 동안 본 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말레이시아 전 국민이 다 그곳에 모인 듯한 느낌이랄까. 차도, 사람도 많은 그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고속버스 터미널 같아 보였다.

식당마다 웨이팅이 길었는데, 우리는 며칠 전부터 아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베트남 음식을 먹기로 했다. 쌀국수와 분짜, 그리고 토마토 슈트에 조린 갈비찜 같은 요리를 주문했는데 세 가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식이 가장 비싼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요리를 먹으면 평소 음식 값의 절반 정도가 나오는 느낌이다.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오렌지색 쇼핑백이 눈에 띄었다. ‘verrona hills’라는 빵집 쇼핑백이었는데, 마침 오늘이 아이의 생일이라 그 곳에서 케이크를 사기로 했다. 그곳도 역시 웨이팅이 어마어마했다. 사람들은 산더미처럼 빵을 골랐고, 매대는 비기가 무섭게 바로 바로 채워졌다. 유리창 너머로 계속 빵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러 가지 빵을 가득 담자, 아이는 작은 케이크를 사자며 미니 치즈케이크를 들고 왔다. 우리 나라에서 이만큼 빵을 샀다면 적어도 5~6만원이 나왔을 것 같은데, 3만 3천원의 행복이었다.

아빠가 도착한 날, 가족이 함께한 첫 체험과 첫 쇼핑, 그리고 생일 케이크까지.

오늘 하루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에 충분히 특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맞은 아이의 생일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오래 기억될 하루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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