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전, 카통에서 숨을 고르다

by 담유작가

2026.02.12

싱가포르 카통에서의 하루


귀국 전 마지막 이틀은 싱가포르에서 보내기로 했다. 마지막 1박이니만큼, 비행기를 타기 전 지치지 않도록 ‘힐링 여행’이 되어야 했다. 복잡하지 않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곳. 게다가 창이공항과 가까운 곳. 그렇게 기준을 세워 검색한 끝에 카통이 최종 낙찰되었다.


문제는 싱가포르까지의 이동이었다. 아이와 엄마와 함께 캐리어 세 개를 끌고 버스를 타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정 안되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픽업 벤을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조호바루 카페에 픽업벤 쉐어 글이 올라왔다. 너무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벤 요금을 반씩 내기로 했다. 총 16만원, 8만원씩 부담하기로 하자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섯 시 삼십 분 알람이 울리자마자 분주히 움직였다. 남은 살림은 무료 나눔을 했고, 짐도 미리 챙겨두었지만 혹시 빠뜨린 건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6인승 그랩을 타고 동승자들을 만나는 장소로 향했다.


벤이 도착하고 인원수를 체크하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기사는 인원을 다섯 명으로 들었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Are you all one family?”

혹시 안 태워줄까 봐 나는 곧장 “Yes!”를 외쳤다. 졸지에 처음 본 아저씨와 부부가 되었다.


창이공항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그랩을 불렀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는데, 직원이 고개를 갸웃한다.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예약이 잘못된 건가 싶어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다. 카드 결제까지 모두 끝낸 상태였는데.


인보이스를 보여주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 호텔이 아니란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처음에 이 호텔에 예약을 했다가 방 두 개를 잡아야 해 취소하고, 다른 호텔로 다시 예약했던 것을. 거듭 사과한 뒤 예약한 호텔로 걸음을 옮겼다.


그 호텔은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었다. 단독 건물일 거라 생각했던 탓에 몇 번이나 길을 헤맸고, 캐리어도 쿵쿵 쓰러뜨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맡기고 카통 거리로 나섰다.

아침도 먹지 못한채 나온 길이었다. 아이가 배고프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먹자!”

이른 시간이라 빵집 말고는 문을 연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싱가포르 첫 끼인데 그럴듯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아이를 달래며 걷던 중 눈에 띈 간판, ‘카통 락사 328’.


카통을 검색하며 여러 번 보았던 이름이다. 구글맵도 켜지 않았는데 우연히 맛집을 발견하다니, 럭키였다.

가게 안에서는 중국인 유튜버가 신나게 촬영중이었고 벽에는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고든램지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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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락사 세 그릇과 아이를 위한 오징어 완자 튀김을 주문했다. 락사는 고소하면서 해산물 향이 진했다. 간 멸치국물과 비슷한 맛. 매콤하고 고소해 자꾸 숟가락이 갔다. 면은젓가락으로는 집기 어려울 만큼 잘게 잘려 있었는데, 외국음식을 즐기지 않는 엄마마저 ‘맛있다’를 연발하셨다. 오징어 완자 튀김은 고로케와 비슷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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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서비스 차지에 물티슈 값까지 따로 계산하는 싱가포르. 오늘 두 번 카페에 갔는데 커피값만 거의 십 만원을 썼다. 밥보다 비싼 커피라니.


골목을 걷다 보니 화려한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불교 사원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힌두교 사원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풍경을 실제로 보니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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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통은 우리나라의 삼청동 같은 분위기였다. 작은 소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눈이 즐거웠다. 특히 ‘카통 빌리지’는 정말 예뻤다. 파스텔톤 전통가옥들이 신비롭게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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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페라나칸’ 문화라고 한다. 17세기 말레이반도로 이주한 중국인, 인도인, 아랍인 등이 말레이 여성과 결혼해 낳은 후손과 그 문화를 뜻한다.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정집이지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카통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덜 알려진 곳인 듯했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고 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낮에 봐두었던 바쿠테 집으로 향했다. 로컬 맛집인지 웨이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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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어보는 바쿠테라 작은 사이즈 두 그릇만 주문했다. 먹다가 아이가 외쳤다. “한 그릇 더!”

우리나라의 갈비탕과 비슷한 맛, 사르르 녹는 고기가 아이 입맛에 맞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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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의 1박.

잘 왔다. 카통.

돌아가기 전, 마음을 한 번 고르고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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