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그만 둔 지 8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또,
방송 시간에 늦는 꿈을 꾸었다.
긴 계단을 뛰고 또 뛴다.
오르고 또 오른다.
하지만 끝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식은 땀이 삐질 흐르고,
가슴은 벌렁거린다.
어느 날은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나온다.
시험날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꿈.
또 어떤 날은 시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등교한다.
꿈속에서도 숨이 턱 막힌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잠이 깨서도 한참을 두근거린다.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은데,
나는 왜 또 쫓기는 걸까.
대체 나는, 무엇이 불안한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원장으로서 강사들을 책임져야 하고
학부모님들의 컴플레인을 감당해야 하며
아이들의 성장까지 끌어내야 한다.
내년에는 인건비가 또 오른다.
그만큼 매출도 올라야 하는데,
그게 내 맘대로 될 리 없다.
월세며 관리비, 교재비…
늘 나를 억누르는 고정비는 엄청난 무게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마다
나는 다시 불안해진다.
“엄마가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어떤 일을 하면 좋겠어?”
“엄마, 직업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야.”
“공부하면 할 수 있지.”
“그럼… 대통령!”
우리 딸이 엄마를 대통령감으로 여긴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지.우리 딸한테 엄마는 늘 대통령이지.
“그럼 엄마가 몇 살까지 일하면 좋겠어?”
“내가 대학생 될 때까지.”
‘엄마, 일 안 하면 안돼? 나랑 같이 있자!.”
이 말을 기다렸던 걸까?
슬며시, 기운이 빠진다.
일을 놓는다면
지금의 불안감이 사라질까?
아니면 또 다른 불안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까.
수입이 끊기고
외벌이로 살려면
지금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그래서 한 번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썼다.
나는 일이 싫은 게 아니었다.
막중한 책임이 버거운 거였다.
44살.
지금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내 자존감은 땅 속까지 꺼져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편안한 꿈을 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