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선택한 나에게, 길은 보일까

by 담유작가

“여러 군데를 가봐도 결국 여기예요!”

2021년에 우리 학원에 다니던 삼 남매가 다시 찾아왔다.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라 근처 학원들을 다 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결국 4년만에 다시 왔다는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초등학생이었던 누나 둘은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고,

유치원생이었던 막내는 초등학교4학년이 되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큰 아이 둘을 마주쳤는데,우리 학생이라고는 생각도 못 할 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반갑고, 놀랍고, 고마웠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우리 학원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송구스러웠다.

그리고 문득, 미안해졌다.

‘어머니, 사실 저 학원 내놨어요.’라는 말은 할 수 없어 그저 민망한 웃음만 지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건 어쩐지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어려운 걸까, 아니면 내가 유난히 더 힘든 걸까.

한 가지를 해결하면 다른 한 가지가 몰려오는 요즘.

이제는 미안함이라는 감정까지 치고 올라온다.

그래, 가는 길에 뒤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길은 더 구불구불해질 뿐이니까.


막바지 정리를 잘하고 싶었는데, 뜻밖에 한 선생님이 이사를 간다며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겠다고 했다.

급히 채용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50대.

그 나이의 선생님을 모셨던 경험이 좋지 않아 망설여졌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과 함께하면 늘 끝이 좋지 않았다.

수업 방식에 대해 조언을 드리거나 학부모님들의 컴플레인을 전달하면 돌아오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과 함께 날아오는 사표였다.

그래서 결국 어린 선생님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건 결국, 자존심이 더 단단해진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줄어드는 걸까.

그런데 나도 벌써 마흔 중반이다.

지금 내려놓으면, 나의 쉰 즈음은 다시 ‘구직’으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만 해도 두렵고 겁이 났다.


일이 정리되면 일단 ‘돈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고 그저 기계처럼 일만 해왔는데, 이제는 돈이 내 대신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동안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나를 쉬게 하고, 대신 일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너무 먼 미래는 당분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지금 ‘쉼’을 선택했고, 그 선택의 끝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우연히 브런치에 발을 들였던 것처럼, 다음 스텝으로 안내하는 이정표도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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