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났다.
여섯 번째 사람이었다.
처음 몇 번은 기대에 들떠 목소리를 높이며 열심히 브리핑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쯤 되니,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지치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 놓고 담담하게 응대한 뒤, 돌려보냈다.
그런데, 기대를 내려놔서일까.
오늘 다녀간 사람이 계약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현실인지 꿈인지 아리송하던 그때, 부동산 사장님의 말.
“권리금 천만원을 더 깎아주면 바로 계약하겠대요.”
천만 원 정도였다면, 나도 고민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천만원씩 세 번을 깎은 상황.
최초 희망 금액에서 삼천만 원을 내려놓은 마당에,
결국 내 입장에선 사천만 원을 깎는 셈이 됐다.
물론 매수자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새로 학원을 시작하려면 인테리어비, 프랜차이즈 가맹비, 홍보비까지 이보다 더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몇 년 간의 내 수고를, 마치 헐값에 가져가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상했다.
게다가 이게 요즘 시세란다.
업체 입장에선 일단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니 그리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무 허탈했다.
우리 집에서 쓰던 가정용 빔프로젝터까지 가져가겠다고 하고,
책 한권도 다 놓고 가라고 하면서….
그리고 그 원장은, 이른바 ‘오토’운영을 원하는 사람이었다.
‘갈아 넣은 내가 맞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직접 운영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허해졌다.
‘이건 나의 지난 세월이고 단단히 쌓아올린 성인데 이걸 모래성처럼 무너뜨리진 않겠지?
책임감 있게 잘 꾸려가겠지?’
일단 오백만원 정도만 더 생각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 년 전 사전청약을 받았다.
올 가을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대출을 많이 받으면, 매달 나가는 원리금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학원을 매도하고 나면 나는 이제 백수.
외벌이로 살면서 대출금까지 감당하려니 가슴이 답답했다.
결국, 남편에게,
학원을 매도한 돈과 내가 모은 얼마간의 돈을 집값에 보태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대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남편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조금은 당당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권리금도 이렇게나 낮추고, 부동산 수수료까지 제하고 나니,
정작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안 될 것 같다.
원래 계획은 목돈을 쥐고 재테크 하며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
그럴싸한 파이어족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어제 남편에게 집값을 보태겠다고 말한 게 갑자기 후회가 됐다.
어차피 내 돈도 네 돈, 네 돈도 내 돈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찌릿할까.
내 존재감도 돈과 같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학원은 아직 나가지 않았다.
오백 만원 때문에 오늘 온 원장은 우리 학원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 오백만 원 때문에 떠난다면,
그 사람은 애초에 이 공간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내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기를,
두근거림과 불안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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