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 후유증의 향기는 블루밍 부케처럼

by 하해슬

2022년 열여덟이던 해. 뜨거울 듯 내리쬐는 햇살을 담은 푸른 여름날. 나는 편지를 적었다.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 편지는 아직 내 방구석 네 개의 서랍 중 네 번째 칸에 깔려있다. 크게 눈에 띄지도, 크게 모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와 디자인을 가진 편지지를 골랐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필로 적으면 글씨가 흐려져서 뭉개질까 봐, 그럼 몇 년이 지난 후에 알아보지 못할까 봐 선명하게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검은색 볼펜을 들었다. 볼펜은 지워지지 않아. 글씨를 틀리면 수정테이프를 써야 하는데 그럼 흔적이 남으니까. 수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담아 편지를 완성했다.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편지였다.

그 편지는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오로지 그 글은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내가 살 수 있었다는 하나의 외침이었고, 그때 쏟아낸 마음이 지금 내가 여기 서있는 이유가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시 나의 가시 돋친 마음까지도 간직하겠다는 다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찬란한 청춘, 9년 속의 경험과 기억들 그 너머의 감정들까지 함께 추억하려 한다. 그때의 나는 저 높은 정상을 꿈꾸는 빛나는 사람이었지만, 손에 쥔 것들이 사라진 지금, 그때처럼 눈이 부시진 않더라도 여전히 은은하게 빛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했던, 그럼에도 몇 번을 일어나 도전했던 그때의 영광은 영원히 가슴에 남아 무한한 희망으로 자랄 것이고,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상처와 어느 순간 갑자기 목을 졸라 오는 트라우마는 당신이 그것에 그만큼의 애정을 가졌고 매 순간순간마다 정성을 다 해왔을 것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다. 값진 것을 이뤘기에 진한 후유증이 남았다. 대단한 꿈을 꾸었기에 그만큼의 후회가 예쁘게 피었다. 이렇게 피어난 꽃은 나의 정원으로 남을 것이다. 이 후유증을 겪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