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예민한 고양이의 캣휠은 멈출 줄 모르고

by 하해슬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전 오롯하게 서있는 방법을 모르고, 나의 인생을 굴러가게 해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맸는지도 몰라요. 그런 저의 하루를 지내게 하고 내일의 목표가 되어버린 양궁은 저에게 동반자가 되었답니다.

타고나길 예민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소한 것의 변화를 잘 포착하고 스쳐가는 사람의 흔적을 기억하는 사람이요. 그 예민함을 타고난 사람이 저였어요. 그리고 그런 예민함을 가진 저의 성질 덕분에 운동에 매달렸던 만큼 잘할 수 있었던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저의 타고난 예민함은 활을 쏠 때의 재능으로 빛을 냈거든요. 활을 쏘면서 매 순간 스스로를 평가하고 피드백할 수 있었어요. 부족한 것을 채우고 일정해지기 위한 반복을 할 때 비로소 10점의 기준에 가까워질 수 있었으니까요. 부끄럽지만 부끄럽지 않게도 그렇게 저의 청춘은 양궁으로 가득해졌어요. 마치 활을 쏘기 위하여, 또는 매 순간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말이죠. 이렇게 보니 캣휠을 타는 한 마리의 고양이 같았어요. 언젠가 내려와야 함을 알면서도,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고, 많이 지쳐있음에도, 본인의 의지로 두발을 떼기만 하면 됨을 알면서도 멈추질 못 했고, 그렇게 망가져 버렸으니까요. 캣휠도, 그 고양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지치지 않을 방법이 있나요. 없다는 걸 알지만 우습게도 지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되길 원하곤 합니다. 활을 쏠 때 저를 성장시키고, 단단해지도록 지켜주던 저의 예민함은 양궁이 제게서 떠나간 지금 저를 꽤나 피곤한 사람으로 만들어요. 영광이었던 순간의 감각을 잊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보고, 보고 또 보게 만들어서 저를 작아지게 만들고는 해요. 제 마음속엔 아직 지친 고양이가 한 마리 살아요. 그 고양이는 매일 지친 몸으로 캣휠을 놓지도 붙잡지도 못한 채 캣휠을 돌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그 고양이의 캣휠을 멈춰주려고 합니다. 한 발씩 내려올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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