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때의 내가 하루의 일곱, 여덟 시간을 한 가지의 것에 애정을 쏟고 몰두하는 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의 절반을 앗아간 무언가를 즐기며 해가 저무는지도 모른 채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신께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면 본인이 내게 선사한 행운을, 행복을 알아보지 못하여 내게 벌을 내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벌은 감사함의 대상을 수거하는 것.
나의 왼쪽 손목엔 무겁고, 차가운 재질의 녹이 슬어버릴 것만 같은 가시가 박혀있다. ‘이것이 나의 벌이 된 거겠지.‘ 하며 뚫어져라… 아니 어쩌면 뚫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려본다. 나의 노려봄은 손목이 눈치를 보게 만들지. 더 차고, 무겁고, 예민하게 부어오르게 해. 그러면 녹슨 냄새가 코 끝까지 차오른 듯하다. 나의 어른들은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며, 언제나 최선만이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나를 달래고 어루어 만져주었지만, 손목의 가시는 마음의 가시가 되어 다독임을 위로라고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사람들이 수군대던 소리. 어느새 혼자 침대에 널브러져 있을 때에도 손목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났다. “양궁 한다는 애가 손목을 다쳐서 어떻게 해?”, “안타깝다. 안쓰러워.”, “수술이 최선이었대? 근데 왜 전처럼 잘하질 못 해… 의사가 돌팔이었던 거 아니야? 아이고 아깝다… 어떡해… 어떡해…” 이어폰을 꼽아도 감춰지지 않는 소리가 있더라. 어쩌면 내 마음의 소리였는지도 모르지. 그 애는 자신의 손목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실명된 듯한 캄캄함, 아득함,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그 아이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의 관심들을 죽이며 손목을 잘라낼 계획을 하고 있었다. 맞아. 이 모든 건 손목 때문이야. 너만 없으면 돼. 세상이 한순간 조용해짐을 느낀다. 내게 소리치던 손목이 조용해졌다. 그때 내가 잘라낸 건 아이의 손목이라 여기던 마음이었다. 나는 나의 마음을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