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네가 잡아준 손에 남은 코튼향

by 하해슬

나는 양궁을 하기 위해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매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나와 나머지 모든 오후 시간을 운동에만 쏟았다. 그래서인지 운동부였던 나는 양궁이 아닌 다른 것에는 정을 잘 붙이지 못했다. 학교에도 학교 선생님들, 친구들에게도.

운동을 그만두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전학을 준비했다. 그 학교에서 벗어나려던 이유는 더 이상 이 학교에 남을 자격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교실 창문 너머에 양궁장을 보면 볼수록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으니까. 얼룩진 마음만큼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렇게 뒤쳐지고 있는 나를 세상은 외면하듯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현실적인 이유로 전학을 못 가게 되자 자퇴를 준비했던 것 같다. 학교가 중요하고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엄마도 내게 정 힘들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라고 했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후 첫날, 넘치는 빗물에 흘러가는 시든 나뭇잎처럼 떠밀리듯 정문을 들어섰다. ‘왜 그만두었냐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 나를 안쓰러워할까 봐 겁나.’ 그렇게 상상 속의 나는 몇 번이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내게 물어보지 않더라. 갑자기 오후 수업을 듣게 된 어색한 아이를 반친구들은 지켜보지 않았다. 시선에 지쳤던 나는 그 무관심이 참 좋았던 것 같아.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데 우리 반 반장이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줬대. ”운동을 그만둔 것 같아. 애가 힘들어 보여. 먼저 얘기하기 전까지 굳이 아는 체 말자.“ 친구들이 감아줬던 눈은 나의 고등학교 생활을 지켜줬다. “힘들면 학교를 굳이 다니지 않아도 좋아. 그렇지만 우리는 너를 학교에서 더 오래 보고 싶어. “라며 잡아줬던 친구의 손에 우리는 함께 졸업앨범을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 그거면 된 거야. 열여덟의 배려의 향기는 참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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