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나의 마지막 시합을 잊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마지막이었으면 안 됐을 그날을. 합의도 없이 9년의 마침표를 찍었던 그 시합을 떠올리면 나는 아직도 뭐가 맞고 틀린 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곤 한다. 양궁장은 꽤나 넓다. 그 드넓고 평평한 잔디밭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같은 신호에 맞추어 발사선에 들어갔다가, 같은 신호에 모두가 발을 빼며 나오곤 한다. 그 수십 명의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간절함 하나를 잡고 사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시합에서 난 간절함에 패배한 사람이 되었지. 나만 나오지 못하는 발사선에 서서 그렇게나 익숙하던 공간이 살아생전 처음 와본 공간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매 시합마다 만나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맞이해 주던 우리가 그 순간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넓은 시합장에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숨 쉬는 법도 잊은 채 몸을 떠는 것밖에 할 수 없더라. “모두가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그 커다란 시합장에 저만 있는 것 같았어요.” 몇 달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 것. 그것은 그때 나에게 공황이 왔었다는 사실이었다.
제발 나를 좀 살려달라는 외침을 삼키고 수 십 개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을 애써 모른 척했다. 떨리는 다리와 팔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활을 쐈다. 나는 그곳에 활을 쏘기 위해 서있는 사람이었지만, 어느새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눈물은 계속 나고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을 나와 붙어있던 활을 그냥 그 자리에 내팽겨쳐 놓고 그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 나는 벗어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그 숨 막히는 곳에서. 가장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가장 익숙하게 할 수 있던 게, 나의 꿈이자 세상이었던 것이 나를 무책임하게 도망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 시합이 끝난 후 나는 그만두었다. 부모님에게 조차 알리지 않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원래 그곳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제 더는 못하겠다며 우는 나를 코치님께서는 차마 붙잡을 수 없겠다고 말했어. 학교 수업이 끝난 낮, 운동을 하지 않고 일찍 집에 들어온 나를 보며 부모님이 물었지. 앞으로는 일찍 올 거라는 대답을 끝으로 대화하지 않았어. 울지도 웃지도 않았던 것 같아.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솔직해지지 못하기 시작한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