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여름, 나의 인생에는 없을 것만 같던 일이 일어났다. ‘왜 하필 나야.’ 나에게 하는 질문들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답이 없던 일이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손목이 아프다는 건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생각 속엔 없었는데. 손목이 아픈 뒤로 시합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병원에선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흉터도 5센티 안 되게 작을 것이라고. 의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겐 그 수술이 구원이었던 것 같아. 다시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던 것 같아.
수술날이 되고 베드에 누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그때 아직도 엄마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수술실에 들어오고 시작한다는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깬 나는 그렇게 정신없는 수술실에서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것을.
의사 선생님 말로는 생각보다 손목의 상태가 안 좋았고,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수술은 내 왼쪽 손목에 10센티 가까이 되는 흉터로 남았다. 병원에서의 일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말로 엄마의 마음을 그었던 기억이 있다. 갈라진 살 위로 뒤죽박죽 섞인 실밥이 너무 징그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 감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미쳐버리겠다고 다 잘라버리겠다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아직도 그때의 감각을 기억한다. 기억이 된다. 좋아질 것이란 말을 철석같이 믿고서 활을 손에서 놓아버리고는 일 년 가까이하던 재활이. 손목과 손가락 뼈 하나하나 꺾던 감각이.
그리고 내게 약점을 남겼다. 수술은 잘 됐는데 원인이 뭔지 모른다는, 내가 재활을 잘하지 않아서,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왼손의 떨림이 내게 남았다. 흉터와 수전증 그게 이 수술로 내가 얻게 된 것이었다. 근데 흉터가 손목에만 생긴 것 같지는 않다. 마음 깊게 흉이 자리했다. 거울을 마주할 때면 보여. 나의 깊은 흉이. 옅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