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마음의 흉터

by 하해슬

21년 여름, 나의 인생에는 없을 것만 같던 일이 일어났다. ‘왜 하필 나야.’ 나에게 하는 질문들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답이 없던 일이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손목이 아프다는 건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생각 속엔 없었는데. 손목이 아픈 뒤로 시합 성적은 뚝뚝 떨어졌다. 병원에선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흉터도 5센티 안 되게 작을 것이라고. 의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겐 그 수술이 구원이었던 것 같아. 다시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던 것 같아.

수술날이 되고 베드에 누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그때 아직도 엄마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수술실에 들어오고 시작한다는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깬 나는 그렇게 정신없는 수술실에서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것을.

의사 선생님 말로는 생각보다 손목의 상태가 안 좋았고, 수술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수술은 내 왼쪽 손목에 10센티 가까이 되는 흉터로 남았다. 병원에서의 일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말로 엄마의 마음을 그었던 기억이 있다. 갈라진 살 위로 뒤죽박죽 섞인 실밥이 너무 징그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 감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미쳐버리겠다고 다 잘라버리겠다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아직도 그때의 감각을 기억한다. 기억이 된다. 좋아질 것이란 말을 철석같이 믿고서 활을 손에서 놓아버리고는 일 년 가까이하던 재활이. 손목과 손가락 뼈 하나하나 꺾던 감각이.

그리고 내게 약점을 남겼다. 수술은 잘 됐는데 원인이 뭔지 모른다는, 내가 재활을 잘하지 않아서,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왼손의 떨림이 내게 남았다. 흉터와 수전증 그게 이 수술로 내가 얻게 된 것이었다. 근데 흉터가 손목에만 생긴 것 같지는 않다. 마음 깊게 흉이 자리했다. 거울을 마주할 때면 보여. 나의 깊은 흉이. 옅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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