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애증의 손가락질

by 하해슬

꾸준히 재활을 하고, 다시 활을 쏘게 됐을 때. 생기를 되찾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 맞아 이런 기분이었지. 그 느낌은 나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그 사실이 마냥 슬프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는 잘할 거고, 나에겐 그럴 능력이, 재능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사실은 그때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이전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는 불안을 억지로 잠재워 놓고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바빴다. 그리고 결국 그 불안은 깨어나 큰 파도가 되어 나의 마음을 휩쓸었다. 애써 괜찮다고 생각하여 미뤄왔던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 절망이었다. 그리고 그건 양궁을 애정했던 만큼의 두려움이었다. 떨리는 손은 어느새 나의 마음조차 제대로 서있지 못하도록 흔들고 활을 잡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하루에 지겹도록 반복하던 일상이 지겹도록 두려워지자 날이 가면 갈수록 피가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활을 쏠 때 가장 밝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활을 쏴야 함에 어두워지는 사람이었다.

매일을 울었던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도, 학교에 갈 때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도. 교실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숨 죽여 울기 바빴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일상은 망가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기대에 충족하고 싶었다. 이전처럼 잘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내게 어른들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 나를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내 마음의 짐이 된 어른들이 많다. 나는 이제 수술했던 병원에는 가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다가도 그 속에 자라난 원망이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돼서. 당신의 탓이 아닌 것으로 당신을 탓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분노는 그렇게 자리했다. 보이지 않는 화로 가득 찬 사람이 되었다. 내가 탓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손가락을 꺾어 나를 향하게 하고는 모진 말들을 뱉어냈다.

이전 09화1-8. 마음의 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