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행복을 방치한 책임

by 하해슬

저를 보는 사람들이 울어요. 너무 안쓰럽다고, 안타깝다고. 내 손을 자신의 얇디얇고 작은 두 손으로 감싸고는 기도하듯 말해요. 괜찮을 거라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그럼 저도 울어요. 저도 그러길 바라거든요.

그 편지는 아직도 주인을 잃은 채 네 번째 서랍장에 있어요.

‘정도란 무엇일까. 엄마. 딸은 아직도 그때를 못 잊어서 몇 번을 삼키려 노력해 봐도 그대로 불어날까 겁이 나. 과거 없이 나란 사람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런 과거를 저버린 나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허공에 수많은 탓을 해봐도 답은 내가 제일 잘 알거든. 나잖아. 무책임하게 도망친 나였잖아. 그때가 죽을 만큼 힘들었어 당신들의 부러움과 기대가 안쓰러움으로 바뀔 때 난 어떤 감정이었을까. 자랑거리가 꺼내기도 조심스러워진 얘깃거리가 됐을 때 난 어떤 감정이었을까. 모두가 날 바라보는 것 같았어.‘


저는 아직 그때의 꿈을 꾸어요. 가끔요. 꿈속의 전 그 넓은 시합장 가운데 서서 여전히 숨을 잘 쉬지 못하고 떨고 있어요. 깨어났을 땐 그곳이 아니라는, 꿈이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흘리기도 해요. 9년의 책임이란 이런 것일까요. 책임의 무게를 이렇게 배웠어요. 내가 뱉는 말 하나하나의 무게를 이렇게 배웠어요.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이 되었나 봐요. 삼켜냈던 나의 말이 세상에 나왔을 때 망가진 모습일까 겁이 났거든요. 글을 적어요. 몇 번이고 수정하고 다듬을 수 있고요. 표현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기다려 주니까요. 그게 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요. 그게 글의 매력이라 생각하고요. 제가 책을 읽게 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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