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몰라 그 종이가 얼마나 헤졌는지 얼마나 젖었고 색이 바랬는지 아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커피를 쏟았어 순식간에 밤이 찾아왔네 분명 젖은 종이인데 날이 서있어 그리고 난 그제야 깨닫지 젖은 종이에도 베일 수 있다는 걸 손가락 조금 베인 것뿐인데 종일 울어 부운 눈처럼 쓰라려 그런 와중에도 너는 스며든 커피를 닦으려 애를 쓰지 바보야 이미 얼룩졌잖아 문지를수록 울잖아 그걸 들고 해맑게 햇빛에 말리자는 널 어찌 탓하겠어 맞아 종이가 얇은 탓이야 둥글지 않은 탓이야 그런데 있잖아 말린다고 다시 하얀 종이가 될까 깨끗한 마음이 될까 아니래도 걱정하지 말자 그땐 내가 새 종이를 가져올게 그리고 마음껏 우유를 쏟자 적셔 흩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