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안도의 향기

by 하해슬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를 실험해 보고 싶어졌어. 맞아 너라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날 말리겠지만, 나는 내가 단단해져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어. 그때의 시합을 잊지 못해.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생각만 하면 숨이 차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어. 내가 서있던 그 양궁장으로. 나는 나를 부르는 속삭임의 그 경계를 넘어 다시 시합장 한가운데 섰어. 열정적이게 시합에 임하는 선수들이 멋있었어. 아 나도 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 조용함 속에 울리는 발사 신호와 바람을 거슬러 표적지에 꽂히는 화살의 소리가 내 심장을 울렸어. 나는 이곳에 설 때마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아무도 탓하지 않기로 혼자 무언의 서약을 했어. 다짐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늘 탓하기 바쁜 사람이었거든.

몇 년 만에 서 본 그 자리는 다시금 날 그곳으로 데려다 놓았어. 무엇인지 모르는 것들에 쫓기는 사람이 서 있었고, 아득해진 기억 사이로 현실을 다잡으려는 사람이 서 있었어. 그곳에서의 4일을 보내고, 나는 괜찮지 않은 사람이었는 듯 해. 너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 내렸잖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어. 그곳에 남아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에. 너는 천천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지. 나의 실험은 보란듯한 실패로 끝났어. 난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믿고 싶었던 사람이었고,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게 다시 한번 상기됐어. 사실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직도 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원래 이별은 힘든 거라잖아. 난 아직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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