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안녕 나의 사랑

by 하해슬

나는 아직 내가 그때의 섬광과 같았던 빛을, 작지만 꾸준하게 발광해 온다고 믿는다. 24년 비가 오는 오후. 학원가의 5층 옥상에 서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바닥을 내려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나에게는 죽을 용기는 있었지만 죽은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상상 속의 나를 몇 번이고 죽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해로운 것들이, 해로운 생각이 나를 어떻게 망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해로운 것들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사람이 되었고요. 그 사실이 부끄럽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리 해로운 것들이라고 한들 그것으로 하루를 연명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것 아닐까요. 저의 삶의 목표는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되었어요. 양궁을 사랑했던 저는, 세상의 것을 사랑했던 저는, 다시 세상의 것에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약간의 바뀐 것이 있다면 저를 잃지 않으면서 세상을 사랑하고 싶어 졌어요. 자신을 잃어가며 아끼는 것에 몸을 바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었던 건지 겪어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마음껏 사랑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랑 후에 남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사랑 속에 어느새 성숙해진 사람이 있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손바닥에 있나요? 당신이 사랑한 모든 것들은 오로지 당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에요. 때론 쓸쓸하고 분주하기만 한 세상 속에 당신이 사랑하는 것 하나쯤은 당신을 버티게 하고 열정에 불을 붙혀줄 거라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고, 하나의 튼튼한 나무로 뿌리내려, 비를 맞힐 테고요. 바람에 흩날리는 잎으로 자랄 것입니다. 사랑하세요. 그리고 살아가세요. 저는 요즘 저를 사랑하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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