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by 하해슬

우리 고리를 건 새끼손가락을 잊은 채

너는 기어코 내 머리채를 잡는구나.

발 뒤꿈치에 흘러나온 살구 조각들과

살구색으로 물든 검은 도로 위 발자국.

선명하게 자리한 우리의 검은 흔적들은

내가 지키고자 했던 하나의 발버둥이었고,

내가 새기고자 했던 두 개의 발소리.

쫓고 쫓기는 소리들에 우리는 울음을 참기 바빴고,

은은히 펼쳐지는 살구향 아래

너는 기어코 내 그림자를 밟는구나.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