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어느 날 세상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2)

by 하해슬

우리는 강릉에 도착해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순두부 젤라또를 떠먹으며 해변가로 걸었지. 순간 짠 냄새와 함께 바닷바람이 훅 와닿았다. 두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속에 얹혀있던 무언가가 쏴아 하고 내려간 것 같았어. 잊고 있던 세상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푸른 바다가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다 지워버린 나의 사진첩에 다시 사진들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


열여덟. 나는 바다를 보았다. 향기롭게 빛이 나는 바다를. 그리고 나는 어느새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는 여전히 우리 집에서 편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 그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난 후 급식실은 가지 않았다. 우리는 운동부끼리 모여 앉아 밥을 먹고는 했는데, 이젠 그럴 수 없으니까. 나의 빈자리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점심시간을 주로 자거나, 엎드려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매점에서 빵 한 개나, 과자 한 봉지를 들고는 같이 넷플릭스를 보자며 에어팟 한쪽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비밀스러운 점심시간이 시작되었지. 같이 학교를 산책하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면서, 배부른 시간들을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비밀스러운 행동의 이유를 몇 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알게 되었다.

스물하나. 우리가 함께 떠난 제주도에서 너는 이렇게 말했다.


“너를 그때 혼자두면 안 될 것 같았어. 갑자기 어느 날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굳이 굳이 같이 하자고 한 거야. 혼자인 너는 너무 위태로워 보였어.“


민서야. 너의 관심이 따스하게 모은 빛이 되어 그때의 나를 잡아두었다. 흔들림 하나 없이 나의 눈을 바라보며 압축한 진심을 고백하던 네가 있다. 그런 넌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식어버린 사람을 데워줄 수도 있으며 너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곧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네 따스한 눈동자에 눈물을 흘렸지. 나는 그렇게 행복의 시작을 배웠다. 너에게.


우리의 애정은, 사랑은, 영원이라고 불리며 서로의 그림자를 비춰줄 거야. 나의 손을 잡아줘서 고마워. 나의 가장 빛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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