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흉터의 무게감

by 하해슬

나는 내 손목만큼의 흉터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의 흉터를 본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지워주겠다며 말했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거라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사실 이걸 지우면 그때의 찬란함마저 지워질까 무섭다.


반팔을 입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흉터는 남겨야 하지만 가려야 하는 것. 손목에 닿는 바깥공기가 싫고, 내게 쏟아질 수많은 물음표가 싫다. 굳이 반팔을 입고 파스로 흉을 가릴 때도 있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유치한 싸움을 걸었으니까.


돌아와선 흉터에 붙은 파스의 흔적을 손톱으로 긁어낸다. 그러고는 내가 건 싸움에 항복하기 바쁘다. 가리든 가리지 않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머물렀으니까. 걱정하는 시선들에 도망가기 바빴다. 그중엔 부상은 이겨내는 거라며 그러지 못한 나를 구석으로 내모는 시선도 존재했다. 나도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겨내는 것이 이 길을 선택했던 나의 유일한 책임. 어떻게든 단단해지고 싶었다. 세상이 좌절시켜도 몇 번이고 일어나고 싶었다.


그런 난 한 순간에 부러지고 말았다.


내가 조각났을 때, 내게 이겨내라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게 꽂힌 자신의 손가락만 두고 도망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엔 간절함에 패배한 내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된 듯, 죄인처럼 울고 있는 내가 있다.


그런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게 해 준 것. 그 기억들은 나의 전부이자, 나의 애정이 가득했던 세상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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